이웃해 김천과 구미가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KTX 구미유치를 놓고 양 도시간에 마찰음이 일고 있지만 이 또한 지역 리더들에게 경감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는 또 다른 의미의 선의의 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
▷지역사랑 상품권 시대 개막
양 도시는 동시다발적으로 지역사랑 상품권 시대를 연다.경기침체와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 및 지역자금의 역외유출로 지역경제의 활력이 상실되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미시는 오는 7월에 구미사사랑 상품권 100억원 상당을 최초로 발행해 유통시킬 계획이다.이를 위해 시는 이달부터 가맹점 모집에 들어갔다.
지난 2월 김천사랑 상품권 발행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한 김천시는 30억원의 규모로 상품권을 발행해 8월부터 유통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24일 판매대행점 모집 및 홍보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양 시는 앞으로 가맹점 등록 확대, 스마트폰 앱 도입, 가맹점 관리 등 지역 화폐시대의 성공여부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젊은층의 사용확대를 위한 구매•결제는 물론 가맹점 환급이 가능한 스마트폰 앱 시대를 누가 먼저 선점하는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경기 시흥시는 지난 2월 전국 최초로 모바일 지역 사랑 상품권인 ‘ 모바일 시흥화폐 시루’를 선보였다. 지난해 9월 ‘종이 지역사랑 상품권 ‘시흥 화폐시루’를 출시한데 이어 5개월만에 ‘모바일 시흥화폐 시루’가 선을 보이면서 지류와 모바일 화폐를 동시에 운영하는 최초의 지자체가 됐다.
▷정주여건 개선
구미시가 한때 시행하면서 전국적인 호평을 불러 모았으나 결국은 흐지부지된‘구미 3불 정책’을 오히려 김천시가 생동적으로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구미가 버린 양질의 제품을 재활용해 김천이 값진 신제품을 만드는 격이다. 그 제품 이름이 ‘Happy together 김천 운동’이다.
남유진 전 구미시장은 2006년 취임과 함께 불법 현수막, 불법 주정차,불법 쓰레기투기를 척결하기 위한 이른바 3불 정책을 역점 시책으로 정했다.
초기에는 시민적 반발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설득과 계도, 대안 제시가 진가를 발휘하면서 자발적인 시민 참여 분위기가 형성돼 나갔다.이런 노력 끝에 지금의 김충섭 김천시장이 구미 부시장으로 재임(2012년 1월-2012년 12월)하던 2012년 들면서 3불 정책은 안착되기 시작했다.
현수대 외에 내걸린 불법 현수막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대안제시를 통한 단속에 힘입어 불법주정차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불법 주정차에 대한 시민적 불만이 거세지자, 당시 김 부시장이 의회와의 공조를 통해 공용주차장을 대규모로 확장해 나갔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지금의 행복 주차장이다.
불법 쓰레기 투기 역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처럼 원룸지역과 단독 주택을 중심으로 극성을 부리고 있는 쓰레기 불법 투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러나 지금,전국적으로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구미시의 3불정책은 무의미한 시책으로 전락했다.
구미부시장 시절,소탈하면서도 공적업무에는 사적 감정을 엄격하게 배제하기로 유명했던 김충섭 김천시장이 최근들어 ‘Happy together 김천 운동’의 기반인 불법주정차, 불법 현수막, 불법 쓰레기, 노상적치물 퇴치에 행정력을 올인하고 있다. 다함께 행복한 김천을 만들기 위해서는 불편하지만 결국은 모두가 편하고 행복한 기초질서를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시는 불법 현수막을 뿌리 뽑기 위해 올해부터 ‘현수막 실명제’ 운영에 들어갔다. 광고주와 광고업체의 광고물에 대한 책임의식과 실명제 홍보 부족으로 ‘현수막 실명제’가 잘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시는 한 달 동안 홍보 및 계도 기간을 거쳐 2월1일부터 불법 현수막과 실명제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현수막 즉시 철거 및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지정 게시대나 육교에 게첩하는 현수막에 대해 우선 적용되며, 상업적 내용의 현수막은 물론 공익적 내용을 담고 있는 행정용 현수막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불법에는 공공기관까지도 불관용 원칙이다.
구미시의 분발 여부가 관심사항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즌2
2004년 1월 노무현 정부 당시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2017년까지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이 완료되면서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즌1은 마무리됐다. 특히 인접지역인 김천혁신도시에는 한국도로공사, 교통안전공사 등 12개 기관의 이전이 완료되면서 김천발전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현재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즌2의 일환으로 수도권에 있는 116개 공공기관 추가이전을 위해 이들 기관의 성격, 기능, 특징을 검토한 후 이전가능 기관 분류작업을 마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제2차 혁신도시 조성과 맞먹는 규모로 해당 지자체의 인구유입과 함께 경제활성화 견인을 겨냥하고 있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효율성과 경제성 때문에 1차로 이전한 공공기관과 연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구미로선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이미 12개 공공기관 이전을 완료한 김천시는 시즌2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구미시민들 역시 여야정 구미발전 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의 주력산업과 특화산업을 연계해 이전의 효율성을 극대활 할 수 있는 공공기관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를 주도면밀하게 분석하고 확보한 명분을 내세워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혁신도시의 성장동력은 김천시 발전의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2차로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이전 움직임에 구미와 김천의 리더들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심사항이다.
▷산업단지 분양
KTX 역사유치와 함께 12개 공공기관 이전을 완료한 김천시의 2019년도 예산은 1조60억원 규모로 1조 2055억원 규모의 구미시 예산과의 격차를 매년 줄이고 있다. 더군다나 김천 1 일반산업단지 3단계 조성사업을 위한 편입토지 보상이 끝남에 따라 특별회계 규모가 감소한 반면 일반회계의 경우 589억원이 증가한 8천603억원이었다.
이처럼 양도시의 재정적 차이가 해마다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구미 국가 5공단과 김천 일반산단 분양을 놓고도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천시는 김천1일반산업단지를 3단계로 나누어 총 338만 제곱미터의 부지에 단계별로 조성 중에 있다. 3단계 부지는 지난 3월부터 분양을 접수하고 있다. 전국 최저 수준 분양가인 3.3㎡ 당 44만원이라는 파격적인 분양가로 입주를 원하는 기업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구미시 역시 5공단 분양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평당 83만원대의 높은 분양가와 업종 제한이 장애로 작용하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
▷KTX 유치
KTX 구미역 정차 여부는 구미시와 김천시의 주요 이슈다. 결론이 어떻게 도출되느냐에 따라 어느 한쪽의 정치,행정권의 운명이 좌우될 수 밖에 없다.
양 지역 리더들은 이를 위해 중앙정부의 구애작전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지난 해 7월30일 장세용 구미시장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만나 구미 국가산업단지 접근성 향상에 따른 국내외 기업 투자유치 확대, 수도권 연구인력 유입과 기업체 물류비용 절감은 물론 43만 구미시민의 이용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KTX 구미역 정차가 절실하다면서 협조를 요청했고, 당시 김장관은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시는 밝혔다.
지난해 11월 16일에는 김천시가 맞불을 놓고 나섰다. 김현미 장관이 경상북도, 김천시, 이전공공기관장이 참석한 간담회를 주재한 자리에거 김충섭 김천시장은 혁신도시의 교통시티 조성과 중부내륙철도 조기건설을 강조하면서 구미, 김천의 가장 큰 이슈인 KTX열차 구미역 정차 반대를 건의했다.
김장관은 이와관련 “혁신도시 발전을 위해서는 특히 이전공공기관의 주도적인 역할과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전공공기관이 혁신도시 발전을 선도할 수 있도록 경북도와 김천시가 적극 지원해 달라”고 주문하면서 “정부도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구미, 김천은 상생발전 관계
지난해 12월 20일 구미회는 ‘구미, 김천 상생 발전 제안서’를 통해 이렇게 표현했다.
“김천과 구미는 동고동락 관계입니다. 구미에는 7만명이 넘는 김천 출신과 구미공단으로부터 생계를 이어가는 김천시민들이 많습니다. 김천이 살아야 구미가 살고, 구미가 살아야 김천이 살아가는 우리는 공동 운명체입니다. 따라서 KTX 구미역 정차는 상생발전하는 길입니다. 도와주십시오”
선의의 경재을 벌이고 있는 구미시와 김천시,정주여건 개선과 산업단지 분양, KTX 유치,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놓고 양 도시의 경쟁은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경쟁이 선의적이라는 점에서 양 지역 시민들은 환영일색이다. 지역 리더들이 지역을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