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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박정희정신’과 과학기술 진흥(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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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박정희정신’과 과학기술 진흥(8)

경북정치신문 기자 press@mgbpolitics.com 입력 2019/07/19 09:19 수정 2019.07.19 09:19
자하문연구소장 우 종 철

 미국이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가 된 이유로 혹자는 달러, 영어 그리고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든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이유는 과학기술이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이 그랬고, 한 때 미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일본제국이 그랬다.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도 과학기술의 힘이었다. 이는 우리 역사 5천년 만에 과학기술이 처음으로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과학기술이 없이는 조국근대화도 없다”는 것이 박정희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이었고, 그것이 ‘과학 한국’을 만든 시발점이었다.

조선왕조는 양반과 천민이라는 반인륜적 계급제도 외에도,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직업을 차별했다.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의 연구가 제대로 남아있질 않고, 실학자 정약용의 과학연구도 주류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 ‘조선의 과학’이었다. 
1948년 건국 이후 12년이 흐른 60년대 초 여전히 대한민국은 주자학적 도덕관과 문치주의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천대받던 과학을 국가융성사업으로 높이고 정부가 집중 육성하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가 역사의 전면에 나서고 나서였다. 과학기술은 국가 지도자의 관심을 먹고 자라는 나무와 같다. 박정희는 자신의 저서 ‘우리 민족이 나갈 길(1962)’에서 “누가 빨리 과학기술의 발전과 기술 인력의 확충에 나서느냐에 따라 민족 간 우열이 판가름 난다”고 갈파했다.
그는 1966년 과학입국 기술자립을 위해 ‘과학기술의 집현전’이라 할 수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설립해 연구개발(R&D)체제를 정비했으며, 1967년 과학기술 전담 기관인 ‘과학기술처’를 설립했다. 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140여 개 국가들 중에서 ‘과학기술진흥 5개년 계획’을 4차까지 시행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최초였다.

이후 과학기술처를 중심으로 ‘한국과학원법’, ‘기술개발촉진법’, ‘한국과학재단법’ 등이 제정됐다. 과학기술 인력 양성을 위해 197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모체인 ‘한국과학원’을 세우기도 했다. 1974년에는 국가 R&D 역량을 모으고자 “과학기술이 없으면 산업발전은 없다”며 대덕연구개발 특구를 만들었다. 1973~1977년 사이 신설된 정부출연연구기관만해도 한국전자통신연구소, 한국원자력연구소, 한국표준연구소, 한국화학연구소 등 13개에 달한다.

원자력은 한국의 100년을 책임질 산업으로 꼽혀왔고, 원자력연구원은 한국을 원전 강국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60년간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 자립의 신화를 써왔고 세계 원자력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박정희 정부에서 국내 첫 상용 원전인 ‘고리 1호기’ 개발을 주도했고, 김영삼 정부 때엔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제작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도 원자력연구원이 이룬 쾌거였다. 그동안 원자력연구원이 창출한 사회·경제적 부가가치가 164조1천억 원으로 추정될 정도로 원자력은 국가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결정하면서 원자력연구원은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원자력이 적폐 취급을 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지난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입학한 학생 32명 중 6명이 자퇴했다. 또한 원전 운영·보수·유지 업무 등을 담당하는 3개 공기업에서 자발적으로 퇴사한 임직원이 144명에 달했다. 형설지공(螢雪之功)으로 쌓아 올린 원전 강국의 금자탑이 붕괴되었지만 문 정부는 오불관언(吾不關焉) 탈원전을 고집하고 있다. 번듯한 먹거리를 스스로 팽개치는 나라에 밝은 미래가 있을 수 없다.

또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만둔 대덕특구 등 과학기술계 기관장만 11명이나 된다. 뿐만이 아니라 원자력 관련 기관에는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는 ‘탈핵운동가’ 등이 잇달아 입성했다. 자신들이 ‘적폐’로 꼽았던 캠코더 낙하산 인사를 자행하고 있다. ‘과학 한국’이 이렇게 된 데는 과학에까지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 집권세력의 독선이 한몫을 했다. 자신만 옳다는 ‘비뚤어진 정의의 독점’이 대덕특구까지 멍들게 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은 모두 과학에 이념이나 진영논리를 앞세우지 않았다. 그런데 현 좌파 정부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 과학정책은 정권의 교체에 상관없이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중장기 목표아래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현 정부는 역대 정부의 정책과 미래 정책을 모두 고려해 과학기술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 더 이상 허술한 계책으로 큰일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고 국부 낭비로 냉엄한 역사의 심판대에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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