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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을 실은 배, 좌초직전’ 조국대전 이은 페스트트랙 ..
정치

‘민생을 실은 배, 좌초직전’ 조국대전 이은 페스트트랙 대전 예고

김경홍 기자 입력 2019/10/23 22:25 수정 2019.10.23 10:25

↑↑ 7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정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했다/청와대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한국당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다른 선택 고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조국 낙마 쾌거, 패스트랙 결사항전’
광장으로 국민 유인하는 정치권, 수단으로 전락한 민심

조국대전에 이어 ‘패스트 트랙’ 전운이 정치권에 감돌고 있다. 상대를 향한 부라린 눈빛이 심상치 않다. 거대양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이 타협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지금의 상황으로선 사치다.

첨예하게 맞선 대립각이 결국 ‘패스트트랙 대전’을 야기해 국민들을 또 ‘백군과 청군의 광장’으로 모여들게 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법률제정과 정책결정의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인들의 의회정치 포기가 결국 시민들을 ‘분열과 갈등의 광장’으로 나서도록 하고 있다는 비판 강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주객을 전도한 정치권이 국민을 수단시하고 있다는 강성 목소리도 들려온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과 공수처 설치가 핵심인 검찰개혁 법안 처리를 둘러싼 민주당과 한국당의 원내 사령탑의 발언은 마치 전장터에서 돌격을 명령하는 장수와도 같다.

22일 조국국감에서 공로를 세운 의원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하는 등의 행사를 주재한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조국을 낙마시키는 일종의 쾌거를 이뤄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페스트트랙 대전’에서 또 한번의 승전고를 울려달라고 주문했다.

하루 뒤인 23일,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불가피하게 다른 선택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결사항전 의지를 천명했다.

책임있는 여야 원내 사령탑의 이러한 발언은 ‘민심은 없고, 정쟁만이 있다’는 반 의회주의의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 준 증거물이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나

지난 8월 29일 오전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간으로 하는 선거법과 사개특위가 공수처 신설을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법을 의결하자,나경원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장을 찾아가 강력항의 했다. 하지만 찬성표를 던진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에서 의결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검찰개혁입법은 패스트트랙에 따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80일간의 심의를 거친 후 기일이 만료되면 11월말경 본회의 에 상정 된다.

이에따라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은 지난 16일부터 공수처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검찰개혁입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을 위해 ‘3+3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 그러나 앞은 안개 속이다.

사실상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당초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3일,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공수처는 한마디로 자기편은 비호하고, 은폐하고, 남의 편은 억울한 누명 씌우고, 보복하고 이런 것 아니겠는가”라고 비판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3+3 협상’이 난항을 겪자,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민중당·노동당·녹색당·미래당과 (가칭) 대안신당, 전국 570여 개 시민 사회단체로 이뤄진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23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선거연령 18세 하향’ 등을 포함한 선거법 개정안이 20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특히 민주당에 대해 “여야 4당이 테이블을 빨리 열어 남은 쟁점과 각 당의 여러 요구를 조정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한국당 대립각 첨예, 타협점 찾기 사실상 불가능

원내사령탑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 속에는 의원들의 총의가 담겨 있다.
22일과 23일 양일간 민주당 이인영 원내 대표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강대강 발언만을 놓고 보면 합의에 의한 검찰개혁입법과 선거법 의결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는 ‘공수처’,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 중심이 되면서 국회가 굉장히 큰 격랑으로 빠져들게 돼 있다. 당연히 협상은 할 것이지만 ‘원칙을 가진 협상’이어야 한다”며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이러면서 나 원내대표는 “대통령 직속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수사기관, 정파진영을 초월해서 결코 허락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 이 부분에 있어서 흔들림 없는 원칙을 갖고 있다”면서 검찰개혁 입법을 ‘문재인 정권 면죄부용’,좌파입법 아지트, 고위공직자의 부패수사를 이유로 모두 손아귀에 잡아넣는 수단으로 규정했다.
또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법 개정에 대해서도 개악시도로 규정하면서 “ 단호히 한마음으로, 의견을 통일해서 뭉쳐서 투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의 강경발언이 있은 지 하룻만인 23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강경으로 맞섰다.

선거법 개정과 관련 “자유한국당의 입장을 청취하겠지만 전향적인 입장이 있기를 먼저 요청한다”고 밝힌 이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과 관련 “ 실무협상을 통해 공수처 설치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검찰개혁 법안 본회의 부의 시한이 앞으로 닷새 남아있다. 패스트트랙에 따른 법안 처리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그런 선택사항이 아니다. 여야가 합의해 국회선진화법으로 정한 법적 강제 절차다”라면서 “언제까지나 자유한국당의 일방적인 주장만 듣고 있을 수 없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이러면서 이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똑같은 주장만 반복한다면 불가피하게 다른 선택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우리에게 숙고의 시간이 끝나가고 실행의 시간이 임박했다는 점을 거듭 확인한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타협없는 강대강 대치, 국민들 다시 광장으로 가나

조국대전에 이어 ‘페스트트랙’을 둘러싼 전운이 감돌면서 ‘민생을 실은 배’가 좌초직전이라는 국민적 불안과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민주주의의 대원칙인 타협의 정치가 설 자리에 강대강 대치 정국이 이어지면서 ‘정치 무용론’ 또한 민심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국민들의 시각은 양비론이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정의와 공정을 주창해 온 문재인 정부가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국민적 불안과 갈등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또 한국당에 대해서는 “조국을 낙마시키는데 기여한 의원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하는 모습은 국민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성숙치 못한 모습이었다”면서 “페스트트랙 대전에서 또 한번의 승전고를 울리자는 결의는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따라 원만한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권이 조국대전에 이어 또 국민을 광장으로 불러들여 갈등과 분열의 원인을 제공하는 단초역할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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