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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지경진 한국U&L연구소] 영국의 정치 역사학자 Lord Acton(1834-1902)은 ‘권력은 부패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권력을 가진 자가 그 권력을 공공선(公共善)을 위하여 사용하지 않고 사적 이익(私的利益)에 사용하는 것이 곧 권력형 부패다.
중국 오지(吳志) 우번전(虞飜傳)에 ‘승관발재(升官發財)’라고 하여 벼슬을 얻으면 곧 재물이 생긴다.’하였다. 고대 중국 사회의 일반화 경향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은 곧 재물과 유착하여 부패로 나아가게 되는 속성을 지닌 모양이다.
미국 Carl Minzner(2018) 박사의 <한 시대의 종언, End of Era>라는 저서에 의하면 2012년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을 주석으로 선출한 중국공산당 고위 간부 160명의 총 재산은 2,210억 달러, 평균 13억8125만 달러(한화 1조 6,575억원)라고 한다. 미국의 입법, 사법, 행정부의 최고위급 관리 660명의 총재산은 1,674만 2,424 달러(한화 200억 9,000만원)이다. 1인당 GDP 6만 5천 불인 미국에 비하여 1인당 GDP 겨우 1만 불인 중국의 권력층 160명의 총재산이 미국의 권력층 660명의 총재산의 20배, 1인당 평균 재산이 82.5배 많은 셈이다.
자유주의 국가보다 사회주의 국가의 권력층의 재산이 월등히 많은 것은 창의적인 기업 활동과 혁신적인 시장 경제 활동을 통하여 이룩한 부(富)가 아니라 자신의 정치권력을 이용하여 경제 세력을 통제함으로 사적 이익을 취하였다는 뜻이다. 독재성이 강할수록 권력형 부패 현상이 훨씬 더 심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은 기형적인 사회주의 체제로 시작하여 1인 신격화로 유지되는 독재 사회이다. 북한 김일성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로서 2002년 탈북하여 한국에서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주성하 기자가 쓴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에 의하면 북한은 지금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정상적인 기능이 거의 마비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북한 체제가 붕괴되지 않고 존속될 수 있도록 하는 버팀목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바로 뇌물 공생 질서와 장마당 시장 경제다.
첫째, 북한 일반 노동자의 봉급 1년 치를 꼬박 모으면 5달러, 장관 또는 장성급 공무원의 공식적 봉급이 5달러 정도라고 하니, 애당초 국가에서 주는 봉급으로 생활할 수 없는 사회다. 그들의 생존을 사실상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외화벌이 부업을 하거나 그 권력을 이용하여 뇌물을 받는 것이다. 학문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가 통제된 북한 사회에서 주민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려면 이러한 뇌물 질서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형식적으로 북한 형법상 뇌물 행위는 ‘착취 사회가 남겨 놓은 유습’이며, ‘당과 국가에 대한 인민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개인에 대한 아부 아첨을 낳게 하는 행위’라고 말하며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교육, 보건, 입대, 입당, 진학, 취업, 승진 등 한번 잘 살아보려는 모든 노력과정에 ‘뇌물 행위’는 관례화되어 있고 ‘예물 행위’로 묵인되어 실질적으로 북한 사회를 지탱하는 일종의 ‘질서 또는 동력’이 되어 있다. 북한은 겉과 속이 다른, 오로지 거짓으로 버티고 있는 사회임이 분명해진다. 뇌물 문화가 없고 엄격한 사회주의 법이 지배한다면 북한 사회는 숨 쉴 여유도 찾기 힘든 곳이 된다.
둘째, 북한 주민은 이제 ‘장마당’이라는 기형적인 자본주의 시장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부를 축적하며 살아가고 있다. 1990연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장마당 세대라 부른다. 2018년을 기준으로 480여개가 공식화되었으며 표준화 대량화로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이러한 장마당 시장에서는 ‘돈주들’(외화벌이 사장, 신흥 자산가 재벌들)이 사금융회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노동당 완장 찬 시장관리원은 암달러상들과 ‘뇌물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모든 권력은 부패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만병통치장치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회주의 독재 국가일수록 부패의 정도가 심하다는 사실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진실과 자유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굳게 지켜나가는 것이 부패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인류 문명이 창안한 최선의 선택이 바로 자유 민주주의 정치체제라고 본다. ‘자유 민주주의’는 대한민국 헌법의 본질적인 내용이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해당하므로 헌법 개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직자가 갖는 권력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의 기회를 갖는 것이다(헌법 제7조). 일반 시민들이 이러한 시민 의식을 가질 때, 자기합리화와 변병으로 일관하는 권력형 부패의 속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