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발행인 김경홍] 진(秦)나라의 어린 왕인 정이 성인이 되자, 국정을 대신 맡아 처리해 온 여불위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궁리를 하고 있었다. 이때 노애(嫪毐)의 반란이 일어났다.
노애는 여불위가 선왕의 부인이었던 조희에게 중매를 서 준 소위 기둥서방이었다. 이후 환관으로 가장해 조희와 자식을 낳고 살던 신분이 들통이 나자, 난을 일으킨 것이다.
결국 전후 사정을 알게 된 왕은 여불위를 실각시키고 자살을 하라고 강요하기에 이른다.
당시 진(秦)나라에는 다른 나라 출신일지라도 능력만 출중하면 발탁해서 쓰던
‘객경제도’라는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출신인 노애(嫪毐)가 난을 일으키자, 타국 출신을 추방하는 축객령(逐客令)이 내려졌다.
↑↑ 낙동강. 사진 = 카페 낙동강 문학연구회 캡처 |
타국인 초(楚)나라 출신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던 이사(李斯)도 예외는 아니었다.
결국 고민 끝에 이사(李斯)는 진나라 왕에게 축객령을 없애 달라는 상소문인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올렸다.
“사람을 기용함에 있어 능력을 따지지 않고, 시비를 구분하지 않고, 정의와 사악함을 분별하지 않은 채 그저 진나라 출신이냐 아니냐만 따진다면 다른 나라를 이길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간축객서에는 또 해불양수(山不讓土 海不讓水)라는 내용도 있었다.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거대한 대양을 이룬다”는 뜻으로서 모든 사람을 차별 않고 포용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감동한 진 왕은 축객령을 취소하고 이사를 복직시켰고, 그의 계책을 국정에 반영했다. 오히려 추방의 위기에 놓였던 이사를 숭상의 자리에 오르게 하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역사는 진나라 통일의 일등 공신은 이사의 계책에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간축객서를 올린 이사(李斯)의 용기와 지혜도 감동적이려니와 그 용기와 지혜를 받아들인 진나라 왕은 더 훌륭한 인물이었다.
산불양토 해불양수(山不讓土 海不讓水)다.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기에 웅장한 것이며,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거대한 대양을 이루는 법이다.
리더가 지향하는 목표는 자신의 욕망이나 욕구 충족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행복과 지역발전에 있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없는 구미공단 50주년으로 비롯된 구미지역 민심이 곳곳에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흉흉할 정도다. 어느 곳을 가도 따스하고 훈훈한 민심을 만날 수가 없다.
리더가 자치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정치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목표 설정 자체가 잘못된 까닭이다. 목표를 잘못 설정했다는 것은 리더의 가치관과 포용력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장기간 경제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구미시민들의 관심은 진보와 보수라는 진영의 논리나 적폐니 신적폐니 하는 정치적인 이분법적 논리에 있지 않다.
시민들은 지난 지방 선거에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실용주의적 입장에서 민주당 시장을 선택했고, 다수의 지방의원을 지방의회로 내보냈다.
그러나 경기는 여전히 침체라는 긴 터널 속에 갇혀 있다. 그렇다면 리더는 시민의 역량을 제고하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터널 속에 갇혀있는 경기침체라는 열차를 터널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시민과 함께 힘을 도모해도 모자랄 판국에 시대적 과제물을 짊어진 리더가 되려 시민사회를 갈등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기에 웅장한 것이며,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거대한 대양을 이룬다는 사실을 유념하기 바란다.
리더는 모든 시민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 뜻이나 가치관과 다르다고 해서 등을 돌리고, 자신에게 바른말을 한다고 해서 걷어차다 보면 어떻게 구미라는 공동체가 태산이나, 바다가 될 수 있겠는가.
햇볕을 막아선다는 이유로 가지를 치고, 바람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또 다른 가지를 치고, 풍성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이유로 가치를 처내다보면 결국 그 과수나무는 열매를 맺기는커녕 고사하게 되는 이치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주민자치 시대의 리더는 진영의 논리를 극복해야 한다. 반대파든 찬성파든 모든 시민을 차별 없이 포용해야 한다. 포용의 힘이 곧 길고 긴 경제 침체의 터널에 갇혀있는 열차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견인차가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그게 시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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