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경진 소장, 사진 = 한국U&L연구소 제공 |
[칼럼= 지경진 한국U&L연구소장] 코로나19 역병으로 국민들의 신경이 예민한 가운데 보건 방역 책임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지난 8일 ‘우한 코로나가 확산된 것은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한국 국민 탓, 현장에서 마스크가 부족한 이유는 의료진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말하여 시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한국에 환자 수가 많은 것은 방역 역량의 우수성을 증명한 것이다.’ ‘현재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하면 우리나라의 대응이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이자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궤변 같은 자화자찬이 있었다. 얼핏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지만 방역 행정 책임 지도자로서 신중하지 못한 막말이었다.
가정과 학교와 국가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은 본질에 충실한 마음과 진실된 말이다. 게으른 사람, 무능한 사람, 불성실한 사람, 그 어떤 것보다 나쁜 것은 말조심하지 않은 사람이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함부로 말하거나 악의적 의도로 남을 험담하는 일이다. 사실과 다른 험담은 심하면 범죄 행위가 된다. 첫째, 말하는 자신의 인격을 죽인다. 둘째, 그 말을 무심코 듣고 있는 사람의 건전한 판단력을 죽인다. 셋째, 그 험담의 화제가 되어 있는 사람의 명예를 죽인다. 위험한 것은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것이다.
가정에서 엄마는 자녀를 훌륭한 사람으로 양육하고자 하므로 요구되는 리더십 덕목이 있고,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말조심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자녀들에게 해서 안 될 말이 있다. ‘너를 괜히 낳았다(저주)’ ‘다른 애들은 다 잘 하는데 너는 왜 잘 못하니(비교)’, ‘도대체 누굴 닮았나, 너 도대체 몇 살이니(비관)’, ‘야 이 바보 같은 놈아!(자신감 결여)’, ‘에이 귀찮아, 시끄러워(폐쇄)’, ‘니가 항상 그렇지 뭐(포기)’, ‘요즘 학교 선생님들이 참 문제야(책임 전가)’, ‘요즘 학교 교육이 엉망이야!(교육포기)’ 부부 사이에도 신뢰와 존중의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면 조심해야 할 말이 있다. ‘이제는 당신 좀 변해야 돼, 어린애도 당신보다는 낫겠다, 당신이 지금까지 해준 게 뭐있나, 돈만 벌어 주면 다가, 당신, 인간이가 짐승이가, 그래 당신 잘났어!’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으므로 늘 신중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교사는 학생을 제대로 교육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훈육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말조심해야 한다. ‘네 놈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다, 그 나물에 그 밥, 구제 불능이구나,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없네, 부모님은 도대체 뭘 하는 사람이야, 가정교육이 엉망이구나, 쓰레기 같은, 싸가지 없는, 한번만 더 걸리면 죽는다, 쫑알대지 말고 입 닥쳐, 반평균이나 깎아 먹는, 한 문제 틀리면 한 대씩, 틀린 문제 한 문항 당 열 번씩 써오기 등.’ 지금은 학교 현장에서 거의 사라졌지만 자칫 방심하면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말들이다. 지도자들의 언어 습관은 자신의 평소의 철학과 신념과 태도를 반영한다. 그러므로 지도자들은 언제나 말조심하는 훈련을 게을리 해서 안 된다.
몇 년 전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가장 잘 할 것 같은 직업은?’이라는 재미있는 설문 조사가 있었다. 1위 국회의원 262명(35.8%), 2위 바람둥이 164명(22.4%), 3위 세일즈맨 134명(18.3%), 4위 연예인 123명(16.8%) 그리고 그 다음이 놀랍게도 선생님 49명( 6.7%) 이었다고 한다. 정치인의 거짓말에 대한 청소년들의 반응은 정치인들에 대한 어른들의 불신이 청소년들에게도 그대로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의외로 진리를 말해야 할 선생님들이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 반응한다는 것은 교사는 학생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직업이며, 아이들이 지금 당장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통제하고 해야 하는 게 주 업무이므로 아이들에게 미움을 받은 탓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막말이 잘 사라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일반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대한 관용적 태도에 기인한다고 보여 진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지도자들이 흔히 내뱉었던 말들이지만 지금 민주화 시대에 더 이상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말에는 무게가 있고 메아리가 있다. 무게 없는 말에는 울림이 없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 주는 것과 상대방에게 잘 설명해 주는 것은 가정의 부모, 학교의 교사에게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우리 정치권에도 요구되는 덕목이다. 정치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시민들이 건강한 민주 시민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스스로 행하고 본을 보이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진실에 입각한 내용을 신중하게 하는 말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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