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능종 변호사/ 사진 = 변호사 사무소 제공 |
올해 초 몰아닥친 코로나 19사태는 사회 곳곳에 한파와 폭풍을 몰고 왔다. 서민 경제 기반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상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우울감과 무기력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코로나 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져 탄생한 신조어‘코로나 블루’현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사는 시대가 불안전성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우리’라는 관계로 묶인 현대 사회에 돌출한 ‘비대면’이라는 낯선 문화가 이 시대의 상황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라는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인간의 품격’의 저자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저서 ‘두 번째 산’에서 ‘다행스럽게도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해도 또 다른 행태의 고통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고 경고한다.
저자는 좋은 인생을 살아가려면 훨씬 더 큰 차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문화적 패러다임의 무게 중심이 개인주의라는 첫 번째 산에서 관계주의라는 두 번째 산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통의 시대는 ‘함께 살기’의 가치를 깨닫고 실현할 때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루소가 남긴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명언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하는 표현이다.
11월 7일 국내 항공사 소속 27세의 여승무원이 서울 강서구의 원룸에서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이런 내용을 남겼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내 장기는 기증해 달라. 세상에 잘 왔다가 편안한 안식처로 떠난다”
올해 초 우한 폐렴으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뒤 사실상 강제 휴직에 들어간 승무원은 그 누구도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폐업하거나 폐업 위기에 놓여 있는 자영업자, 기약 없는 구직자 신세에 내몰린 청년, 강제 휴직을 당한 가장 등 인생의 가장 큰 역경의 순간에 서 있는 그들 역시 여승무원의 길을 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루소의 명언은 오늘을 숨 가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진 경고이기도 하다.
‘인간의 품격’의 저자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개인주의라는 덫에 걸린 현대인은 사람보다는 시간, 인간관계보다는 생산성을 중시하면서 불만족의 삶을 살아왔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제는 개인의 행복, 독립성, 자율성이라는 허울 좋은 가치를 넘어 도덕적 기쁨, 상호 의존성, 관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많은 이들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우울감과 무기력증에 따른 코로나 블루 현상을 겪고 있다.
계승해야 할 고정관념마저 파괴되는 문화의 혼돈시대, 함께해야 할 관계를 적대시해야만 하는 가치관 상실의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일부의 종교 지도자나 엘리트마저도 형제간, 부모와 자식 간의 상호 의존성보다는 독립성을 주입하거나 강요한다. 미래의 시대가 필요로 하는 관계성 회복에 반하는 말이어서 씁쓸하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여승무원이 남긴 유서처럼‘ 세상에 잘 왔다가 편안한 안식처로 떠난다’는 수많은 유서를 우리들은 앞으로도 접하게 될 것이다. 그 유서는 또 자신의 유서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인간의 한계성을 함축하고 있다. 개인 이기주의가 갈수록 확산하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 만난 코로나 19사태는 개인의 행복, 독립성, 자율성이라는 허울 좋은 가치를 넘어 도덕적 기쁨, 상호 의존성, 관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시대적 과제를 우리들 모두에게 부여하고 있다.
비대면은 독립성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상호의존성과 관계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너 없이는 내가 없고, 내가 없이는 상대가 존재할 수 없다’는 관계성을 서둘러 회복해야 한다. 이러한 가치관으로 무장했을 때 코로나 19과 코로나 블루는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공존 공생, 상호부조가 중시되는 관계성을 회복하지 않은 채 사회 전반적인 현상이 독립성을 빙자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에고이즘(자아)의 늪 속으로 걸어 들어갈 때 우리는 코로나 19보다도 더 큰 ‘제2의 코로나 19’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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