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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정치신문

김종인, 안철수의 정치운명,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쥐고 있다..
기획·연재

김종인, 안철수의 정치운명,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쥐고 있다

김경홍 기자 입력 2021/01/28 16:42 수정 2021.01.28 16:42


‘ 정치는 잔머리를 굴려서는 안 된다’ ⇢ 김종인 위원장, 안철수 대표에 불신 만연
안철수 대표 ‘국민의힘은 야권 통합 경선에 나서라’
김종인 위원장 ‘뚱딴지 같은 소리,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 나서라’
안철수 대표 ‘3월 가서 단일화 논의, 선거 일정상 촉박’
김종인 위원장 ‘ 일주일이면 단일화 충분해’


↑↑ 서울시 전경/사진 =서울시 캡처


[경북정치신문=김경홍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향하는 여•야 정치권은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하다. 긴장감이 넘쳐날 정도다. 내년 실시하는 대통령 선거의 풍향계를 ‘서울 시장 선거 결과를 통해 읽을 수 있다’는 족쇄를 정치권 스스로가 찼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따라서 서울시장 보선을 마치 ‘2022년 대통령 선거의 축소판’으로 몰아가고 있는 정치권은 사활을 걸 수밖에 없고, 선거 결과에 따라  패한 정치 진영은 책임소재를 놓고 자중지란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정치권별로 예비후보군이 윤곽을 드러낸 1월 말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정중동이지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단일화 방식과 시기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대표의 밀고 당기기가 연일 이슈를 만들어낼 정도다.
하지만 공통분모 찾기가 여의치 않다. 안철수 대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쌓아놓은 벽을 허물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고, 김종인 위원장은 이미 쌓아놓은 벽을 견고하게 하기 위해 이중, 삼중의 차단막을 장치하고 있다. 철옹성이라고 해야 옳을 듯싶다.
선거 결과 야권 단일 후보 혹은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될 경우 선거 과정에서의 신경전은 ‘흘러간 과거의 일‘로 묻힐 수 있다. 하지만 패할 경우 두 인사 중 한명은 정치계를 뒤로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대진표 윤곽
3월 1일 후보를 확정하기로 한 더불어민주당은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의 구도로 일단락됐다. 정치권이 일찌감치 예측한 대진표가 현실이 됐다.
반면,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통합,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범야권 통합 경선, 정당별 후보 확정 후 단일 후보 선출 등 경선 방식을 둘러싸고 설왕설래한 야권은 결국 김종인 위원장의 의지에 무게가 실렸다.

국민의힘이 26일 확정해 발표한 예비경선 후보는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선동 전 의원 △김근식 경남대 교수 △오신환 전 의원 △이승현 한국외국기업협회 명예회장 △이종구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 8명이다. 이들 중 한 명은 3월 5일 경선을 통해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된다.
김 위원장의 구상대로라면 이후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100% 여론조사 방식의 야권 단일후보 경선을 위해 샅바를 잡게 된다.

◇김종인 위원장, 안철수 대표 앙금 풀 수 있을까
노련한 정치인은 우기의 날씨처럼 변덕이 심한 정치세계에서도 생명력을 유지한다. 그 수단이 바로 명분 축적이다. 상대와의 싸움에서 패했지만 충실하게 명분을 축적해왔다면 ‘패해도 패하지 않는 정치인’이 된다.

김종인 위원장과 안철수 대표는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시기와 방식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만일에 대비한 명분축적 움직임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두 인사가 이처럼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을 치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식의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 인사는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쌓아놓은 불신의 벽을 허물고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월동주의 공동운명체로나마 거듭날 수 있을까.

김 위원장과 안철수 대표 간 불신의 시초는 2012년 5월 안철수 대표가 부산대 강연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자신의 멘토라고 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비롯됐다. “윤 전 장관이 자신이 멘토라면 멘토가 3백 명 정도는 될 것”이라면서 윤 전 장관을 비하하자, 김 위원장은 “ 정치에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훈수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기 전 안 대표는 김 위원장을 찾아 지혜를 구했다. 그러나 “탈당하지 말고 신중하게 때를 기다려라”는 조언을 묵살한 안 대표는 탈당을 결행했다. 김 위원장은 “정치는 그렇게 잔머리를 굴려서 하면 안 된다”라면서 불신의 골을 더욱더 깊게 팼다.

다시 4년이 흐른 2020년 9월 3일 취임 100일 방송기자 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안 대표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의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정치를 하고 싶으면 국회에 들어가서 제대로 배워라 했더니, 국회의원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데 왜 의원을 하라고 하느냐”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분이 정치를 제대로 아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자리를 뜬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불신의 골이 메꿔지지 않은 상황에서 2020년 12월 21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대표는 보수 야권 단일 후보가 되겠다며, 국민의힘에 통합경선을 제안했다.
그러나 예상했던 데로 김 위원장은 “뚱딴지 같은 소리,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는 단호한 거절과 함께 “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경선에 나서라”는 역제안을 했다.
안 대표가 제안을 거부하자,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후보를 결정한 후 3월에나 가서 단일화 논의를 하자”며 예비후보 등록을 진행했다.

이에대해 안 대표는 “3월 가서 단일화 논의를 하면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김 위원장은 “단일 후보를 결정하는 데 일주일이면 족하다”는 언짢은 답을 내놓았다.
이처럼 2012년부터 두 인사 간에 켜켜이 쌓아온 불신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시즌을 맞으면서 봉합은커녕 불신의 벽이 철옹성으로 둔갑하는 양상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는 안철수 대표로선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대선에서 패한 그는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번의 경우에도 그는 대선주자급에서 체급을 한 단계 낮춰 서울시장 보궐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이러한 정황에 비춰 안철수 대표는 야권 단일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 못다 한 꿈을 이루겠다는 집념이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열쇠를 쥐고 있는 김종인 위원장은 “서울시장 보선이 민주당,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 등 3자 구도로 가도 이길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내보이면서 야권단일화에 정치 운명을 걸고 있는 안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전후 상황에 비춰 국민의힘이 자당 후보를 확정하는 3월 5일 이후 전개될 단일화 논의는 순탄치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심 국민의힘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도록 하겠다는 김종인 위원장의 의지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지 못할 경우 정치 세계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운명을 꿰뚫고 있는 안철수 대표 간의 단일화 논의는 그래서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에 다름없는 험로가 예상된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판에서 승전고를 울리고, 그 여세를 대통령 선거로까지 몰아가겠다는 김종인 위원장의 작전 구상 속에 안철수 대표가 괄호 밖의 존재로 멀어져 있다는 점도 단일화 논의를 힘들게 하는 장애 요인이다.
야권 단일후보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될 3월 정국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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