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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정치신문

"알고 먹으면 약, 모르면 독"..
기획·연재

"알고 먹으면 약, 모르면 독"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press@mgbpolitics.com 입력 2023/05/02 11:43 수정 2023.05.02 11:44
‘약만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복용하는 약이 점점 많아지는 환경이다. 하지만 신체기능이 떨어지는 노인은 다약제 복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노화의 진행에 따라 만성 질환이 하나둘 늘면서 증상이 생길 때마다 복용량이 증가한다.
사진=비단슬립 켑처

[경북정치신문 기획연재=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약은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과하면 오히려 해가 된다. 일반적으로 노화의 진행에 따라 만성 질환이 하나둘 늘면서 증상이 생길 때마다 복용량이 증가한다.

결국 ‘약만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복용하는 약이 많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신체기능이 떨어지는 노인은 다약제 복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머님이 한 달 전부터 팔다리가 떨리고 걸음걸이가 느려지셨어요. 혹시 파킨슨병이 아닐까요?”
“감기 기운이 있어 식사를 못 하시더니, 오늘 아침에 깨워도 못 일어나세요. 응급실로 가야 할까요?”

연세 드신 어르신을 모시고 있는 가족들이 흔히 하는 질문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병원에 올 수밖에 없고, 각종 정밀 검사와 치료를 위해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막상 검사를 해보면 약 1/3은 어이없게도 그동안 드시던 약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밝혀진다.

소화제를 장기간 과다 복용하면 손발이 떨리는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히 있고, 오랫동안 이뇨제 계통 혈압약을 복용하다가 감기라도 걸려 식사를 못 하면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하여 혼수상태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모두 약물과 관련된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상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이 흔하게 사용하는 약인데도 고령이라면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이상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알레르기 반응과는 다르다.

▲올바른 약 복용이 중요
나이 들면 아픈 데가 많아진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당뇨, 관절염과 같은 만성 질환 한두 개 없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질환이 생기며, 이에 따라 자연히 많은 개수의 약을 복용하게 된다. 노인은 젊은이에 비해 대략 3배가량 많은 처방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여기저기 아프니 많은 약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병원에서 처방받은 필수적인 약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권하는 건강식품, 보조제, 비타민, 거기에 자녀들이 효도한다고 가져오는 한약까지 더해지면 정말 약만 먹고도 배부른, 감당 못 할 상황이 발생한다.

간혹 위의 사례처럼 문제가 생겨 병원을 찾게 되었을 때, 약에 의한 문제라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면 다행인데, 지금 우리나라처럼 환자가 알아서 전문과를 찾아가는 경우 전반적인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지 못하고 파킨슨병이 생긴 것으로 오인하여 또 다른 약을 처방, 오히려 혹만 더 붙이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이런 경우 ‘다약제 복용’에 의한 문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노화에 의해 약을 처리할 수 있는 신체기능이 떨어지고, 그러면 정상 용량에서도 신체 내 약물 농도가 상승하거나 작용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도 생긴다. 노인에게서 다수의 약물 투여는 필수적으로 약물 상호작용과 각종 약물 부작용의 증가를 유발한다.

또 너무 많은 종류의 약을 먹다 보면 간혹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헷갈려 더 먹기도 하고 덜 먹기도 한다. 이 경우 제대로 된 용량을 초과하거나 미달하여 원하는 치료효과가 나오지 않거나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약, 또는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음식물 등의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꼭 필요한 만큼만 복용해야 藥
하지만 약물요법은 노인의 급·만성 질환을 치료, 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방법의 하나이므로 무작정 약을 안 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적절한 질병 치료를 위해서는 적절한 환자를 대상으로 적절한 약물과 용량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동반된 다른 질병상태, 기존 투여 중인 다른 약물, 전반적 기능상태, 질병과 나이에 의한 생리적 변화, 약물을 적절히 투여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노인에게서 부작용이 쉽게 발생하는 약물을 정리한 노인주의의약품 목록을 정하여 이러한 약물을 처방할 때 특히 주의하도록 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노인의 약물 복용실태에 대해 관심이 늘어나고, 전보다 처방받는 약의 내용을 전산으로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도 여러 병원과 여러 과를 돌아다니는 경우 약에 의한 문제가 곧잘 발생하게 된다. 통계적으로 5개 이상의 약을 먹을 경우에 약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들의 건강상태가 이전보다 좋아지고 질병 치료에도 발전이 있었지만, 더불어 약의 사용도 무척 늘어나고 있다. 약을 제대로 알고 꼭 필요한 만큼 적절히 사용해야 䓯이 아닌 건강을 지키는 藥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약 부작용 위험도 확인하기
① 의사로부터 다섯 개 이상의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다.
② 비타민이나 건강식품을 의사의 처방 없이 먹고 있다.
③ 한약을 복용 중이다.
④ 처방된 약을 받을 때 한 곳이 아니라 여러 약국을 이용한다.
⑤ 약을 처방받는 의사가 두 명 이상이다.
⑥ 약을 하루에 두 번 이상 먹는다.
⑦ 약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시력에 문제가 있다.
⑧ 혼자 산다.
⑨ 약 먹는 것을 종종 잊어버린다.

위의 아홉 개 질문 중 한 개라도 해당되는 경우 다약제 복용으로 인한 약물 부작용의 위험도가 있으므로 주치의와 약 복용에 대한 상담을 자주 받는 것이 좋다.
출처 :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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