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 (초가공식품의 과도한 섭취가 젊은 사람들의 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다.) |
[경북정치신문 기획연재=백지연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한 끼 식사 준비를 위해 할애하는 시간을 점차 줄이면서 더 자극적인 맛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끼니를 간편하게 때우기가 쉬워졌고 언제 어디서나 입이 즐거운 음식은 넘쳐난다. 그러나 이런 음식들이 건강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초가공식품이란 뭘까?
최근 국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하루 섭취하는 전체 열량의 25% 이상을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을 통해 얻으며, 하루 총 당류 섭취량의 50%가 초가공식품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초가공식품은 일반 가정 요리에서 흔히 사용하지 않는 재료를 쓰며 요리 과정에서 화학적 변형을 거치고, 착색제, 인공 감미료, 인공 향료, 방부제 등이 들어간 식품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옥수수 자체는 가공이 최소화된 식품이지만, 옥수수캔은 가공된 식품이고, 옥수수칩(과자)이 되면 초가공식품이 되는 것이다.
NOVA 분류체계는 식품을 영양소 측면이 아닌 가공 정도에 따라 분류하는 체계이다. 브라질의 한 연구진이 “가공식품 섭취량이 증가할수록 비만과 당뇨병같은 대사질환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식품 가공 정도에 따라 4개 군으로 분류했다.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최근 발표된 여러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사람은 비가공식품을 먹는 사람에 비해 평균적으로 하루 500kcal이상의 열량을 더 섭취하며, 주로 단백질이 아닌 탄수화물과 지방 위주의 섭취가 늘었다.
특히 초가공식품 위주로 먹을 경우 식사 속도가 더 빨라진다. 평균적으로 1분당 7.4g(17kcal)의 음식을 더 먹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비만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초가공식품이 가공 과정을 거치면서 더 먹기 쉽고 씹을 필요가 없는 형태에 가까워져 먹는 속도를 올리기 때문이다. 문제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초가공식품은 섬유질 함량이 적다. 섬유질은 소화과정을 천천히 진행시켜 혈당 상승의 속도를 지연시키고 배고픔을 지연시키는 작용을 한다.
또한 음식물을 천천히 대장까지 이동하게 해 장내 세균에 영양분을 제공하고 적절한 뇌와의 상호작용(gutbrain axis)을 일으켜 만족감과 포만감을 유지시킨다.
따라서 먹기 쉽고 빠르게 흡수되는 초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은 과식과 비만, 당뇨병, 심혈관질환, 일부 암의 발생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
조리 및 판매 과정에서 더해지는 방부제, 인공 색소, 인공 감미료, 인공 향료 등과 같은 첨가물도 문제가 된다.
과도한 식품 첨가물은 우리 몸의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미생물 생태계)의 변화를 일으켜 만성염증을 유발하고, 이와 관련하여 대사질환이나 심혈관질환, 우울증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게다가 초가공식품은 그 자체로 중독성이 있어 마치 담배처럼 끊기가 힘들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가공식품은 기본적으로 당분과 지방을 최적화 경로로 전달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강박 및 기분변화를 유발하고 중독을 강화하거나 갈망하게 하는 특성을 보인다.
△제1그룹 미가공·최소 가공식품
직접적으로 식물이나 동물로부터 얻어 변형이 거의 없는 형태의 식품이다. 통곡물, 과일, 채소, 달걀, 우유, 견과류, 고기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제2그룹 가공된 요리 재료
가정이나 식당에서 요리에 가미하거나 양념하는 데 사용하는 식품을 말한다. 주로 원재료에 압착·정제·도정·건조등의 가공 방법을 적용하여 만들어지며, 오일, 버터, 소금, 설탕, 조미료, 식초 등이 이 그룹에 포함된다.
△제3그룹 가공식품
여러 재료가 함께 들어 있으며 주로 1그룹 식품에 소금, 설탕 등을 첨가해 만들어지는 형태이다. 주로 과일·채소통조림, 베이컨, 치즈 등이 해당된다.
△제4그룹 초가공식품
원재료 식품이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며 공장에서 제조되어 포장된 식품이나 즉석식품을 말한다.
주로 압출·변형·튀김 등과 같은 제조 기술을 통해 생산되며, 맛과 향을 내기위해 착색제, 감미료, 방부제와 같은 첨가물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가당·탄산음료, 과자, 초콜릿, 빵, 케이크, 시리얼, 다양한 종류의 간편식이 해당된다.
* 영양 전문가들에 따르면 5가지 이상의 인공첨가물이 포함된 제품은 초가공식품일 확률이 높고 대체로 유통기한이 길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느리게 준비하는 식사의 힘
물론 이러한 초가공식품의 부정적 영향을 알고 있음에도 현대인들에게 초가공식품은 완전히 멀리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대개 초가공식품은 보존 기간이 길고 유통이 쉬워 자연에 가까운 재료에 비해 가격이 월등히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한 조리가 거의 필요하지 않아 일상이 바쁘고 여유가 많지 않은 현대인들에게는 좋은 선택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더욱이 누적되는 만성 스트레스는 현대인들의 입맛을 더 자극적이고 더 달콤하고 더 기름진 음식에 끌리게 바꾸고 있어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려는 노력을 하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다.
따라서 우리의 식습관에서 초가공식품을 완전히 배제하려 하기보다는 적절히 조화롭게, 하지만 최소한으로 섭취하려 노력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겠다.
가급적이면 자연 그대로의 식품(제1그룹, 제2그룹)을 섭취하려 하고, 시간과 경제적인 상황에 따라 최소량의 초가공식품을 섭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식품에 붙어 있는 영양성분표를 확인한 후에 구매하는 습관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또 초가공식품 섭취를 유발하는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관리해 늘 마음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족이 함께 신선한 재료로 천천히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즐거움과 성취감, 가족 간에 쌓이는 친밀함과 애정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음을 꼭 기억해두자.
글 백지연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사진=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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