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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대전’승전고에 도취한 한국당, 자중지란 단초 제공한..
정치

‘조국대전’승전고에 도취한 한국당, 자중지란 단초 제공한 지도부

이관순 기자 입력 2019/10/26 17:08 수정 2020.02.24 17:35

↑↑ 황교안 당 대표가 주재한 최고위원회의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자유한국당

조국 태스크포스 소속 의원에 표창장
패스트트랙 공천 가산점 부여 발언 논란
민주당 턱밑까지 치고올라간 지지도 하락세
일부 최고위원 ‘나경원 원내대표’ 사과 요구
가산점 부여발언 논란일자, 황교안 대표 발빼기 


 좋은 일이 있으면 겸손지덕해야 하고, 매사에 신중해야 한다. 호사다마 (好事多魔)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세계가 더욱 그렇다. 변화무쌍 (變化無雙)한 민심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 정치의 길을 가려면 ‘돌다리도 두둘겨 가는’ 원칙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조국 정국을 거치며 승승장구의 가도를 달려온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이달 중순까지만해도 더불어민주당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특히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7~8일, 10~1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0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p)해 14일 발표한 결과 하락세를 지속해 온 민주당은 35.3%로 내려앉았고, 자유한국당은 34.4%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격차를 0.9% 포인트까지 좁혔다. 사실상 동률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일 이후인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다시 10%포인트 밖으로 벌어졌다. 한국갤럽이 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해 25일 발표한 결과 민주당은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하면서 37%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한국당은 26%로 내려앉았다.

◇자중지란 단초 제공한 의원총회

10월14일 조국 장관사퇴와 민주당의 턱밑까지 추격한 정당지지도 등 호재가 이어지던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실이 끝난 직후 한국당은 의원총회를 가졌다.

이날 상기된 표정으로 단상에 오른 나 경원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동안 정말 수고 많이 하셨다. 20대 국정감사는 저희가 ‘조국 낙마 국감’으로 전쟁에서 작지만 아주 큰 승리, 그리고 새로운 물꼬로 전환할 수 있는 승리를 했다고 생각을 한다”면서 소위 조국청문회와 조국 국정감사에서 수훈을 세운 ‘조국 태스크포스 소속 의원’들에게 표창장과 함께 부상으로 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전달했다.

이어 수상자인 14명 의원들의 활약상을 일일이 소개한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이 된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부여해야 한다고 황교안 대표에게 건의했다"는 사실을 공개했고, 황 대표도 “공천은 공천관리위원장의 소관이지만 가능하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하기까지 했다.

표창장과 함께 부상을 전달한 유치하기 짝이없는 ‘초등학교형 수상식’을 진두지휘한 의총에서 나 원내대표는 또 “조국을 낙마시키는 일종의 쾌거를 이뤄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검찰개혁입법을 막는데도 큰 활약을 부탁한다“고 당부까지 했다.

발등에 떨어진 패스트트렉의 불길을 끄기 위해 의원들의 의기투합을 도모해야할 원내대표가 ‘조국낙마 유공’ 표창장 수여식을 통해 의원들을 이간질시킨 원내대표로서는 어불성설이었다.

오히려 겸손지덕해야 하고, 신중한 자세로 ‘조국낙마’의 공을 모든 의원들에게 돌려야 할 원내대표의 경솔함과 교만함은 결국 호사다마 (好事多魔)가 되어 돌아왔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상승국면으로 전환됐는가하면 상승무드를 달려온 한국당의 지지율은 하강국면으로 돌아섰다.
경솔하게 샴페인을 일찍 터뜨린 것이 화근이었다.

변화무쌍한 민심은 회초리를 잡아들었고, 당 내 곳곳에서는 파문이 확산돼 나갔다. 당 게시판에는 심지어 ‘표창장, 상품권 50만원, 당원을 우롱한다’거나 ‘총선승리라는 최대의 과제가 남아있는데 표창장 타령’이냐는 성토의 글이 도배되다시피 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파문은 잦아들지 않았다. 공천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 표창장 수여식에 이어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 의원에 대한 가산점 부여 발언을 놓고, 비수혜 대상인 의원들은 드러내놓고 삿대를 빼들기 시작했고, 결국은 최고위원회의의 주요안건으로까지 부상했다.

25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일부 위원은 나 원내대표에게 ‘진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거나 심지어 ‘사과할 필요성이 있다’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이 상응하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나 원내대표의 페스트트랙 공천 가산점 부여에 긍정적인 발언을 했던 황교안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패스트트랙 공천 가산점과 관련해 "생각해 본 바 없다. 공천 기준은 아직 논의 중인 단계고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 한발 물러섰다.

◇경솔한 나경원 원내대표

한국당은 공천을 앞두고 번번히 파울을 일삼으면서 민심으로부터 외면을 받아 왔다.
교만함에 빠진 결과였다. 그 때마다 변화무쌍한 민심은 한국당(전신인 한나라당, 새누리당 )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렸다.

2008년 총선은 친이계에 의한 ‘친박계의 공천학살’은 한나라당에게 총선 패배를 안겼다.
당시 박근혜 전 대표는 반발해 ‘살아서 돌아오라’며 친박계의 출마를 사실상 묵인했고. 여세를 몰아 20일만에 창당한 친박연대는 지역구 6석과 비례8석 등 14석, 친박 무소속은 지역구 12석을 확보하면서 친이계에 치명타를 안겼다.

이어 비박계 공천학살과 진박 공천논란, 옥쇄파동이 연이어 터진 2016년 총선에서는 과반수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을 뒤엎으면서 패배를 안겼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조국대전으로 정당지지도를 연일 갱신하며 민주당을 턱밑까지 추격해 온 자유한국당이 ‘조국 인사청문대책 태스크포스 소속 의원 표창장’ 패스트트랙 공천 가산점 부여 논란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경솔함과 오만 탓이다.
보수를 지키기 위해 의기투합해 온 의원들을 등급화한 22일 의원총회의 발상이 당내 갈등과 민심이반을 자초하고 있다.

저수지가 붕괴되는 최초의 원인은 ‘작은 구멍으로 흘러나가는 작은 물살’이다. 이를 미연에 막지 못하면 그 작은 물살은 결국 자수지를 무너뜨리게 된다.
자유한국당이라는 저수지에 작은 구멍이 뚫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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