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 ⇢ 2020년 6월 22일 시립박물관 개관, 살아있는 역사의 교육장 활용
구미시 ⇢1997년 시립박물관 건립 의회 차원서 필요성 제기, 하지만 흐지부지
시립박물관보다 전문박물관에 무게 둔 ‘앞뒤 맞지 않는 구미 문화시책 ’도마 위
구미시 문화유산 타지역 박물관 더부살이
↑↑ 김천 시립 박물관은 착공 3년 만인 2020년 4월 10일 경상북도에 등록을 마친 데 이어 6월 22일 개관을 계기로 새로운 역사의 출발을 알렸다. / 사진 = 김천시 제공
[경북정치신문=이관순 기자] 구미시는 2016년 5월 돌 한 개가 길이가 2.32m에 이를 만큼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 못지않게 웅장했다는 주륵사폐탑에 대한 1차 발굴조사를 했다. 이를 통해 출토한 삼국시대 토기편과 청자 대접, 청동 접시, 기와, 전돌, 나발 등 31점은 소중한 구미의 유물로 되돌아왔다. 그렇다면 이 소중한 유물들은 어느 곳에 보관하고 있는 것일까.
또 문화재 관련법에 따라 3만 제곱미터 이상의 규모를 대상으로 사업을 할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문화재 지표조사를 하도록 하고 있고, 조사 결과 문화재가 발견된 경우 시굴 조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규정에 따라 4공단과 배후단지, 5공단에서는 시굴 조사 과정을 거쳤고, 그 결과 수많은 문화재가 발견됐다. 소중한 이 유물들 또한 구미는 잘 보관해 놓고 있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시립박물관이 없는 구미는 유구한 역사의 향기가 묻어나는 유물들을 타 지역 박물관에서 더부살이를 하도록 하고 있다. 집안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가보를 남의 집 공간을 빌려 보관하는 처지와 다르지가 않다.
◇김천이 부럽다는 구미시민들 그 이유는?
일반산업단지와 혁신도시 조성을 위한 시굴조 사 과정에서 소중한 유물들이 무더기 쏟아져나오자, 김천시는 시립박물관 건립에 박차를 가했다.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유산을 타지역의 박물관에 위탁 보관하는 수치스러운 역사를 남기지 말자며,의기투합한 의회와 시의 공감대 형성은 2017년 김천시립박물관 착공으로 이어졌다.
대항면 운수리 일원 연면적 5천214㎡, 3층 규모의 연건평에 전시실, 수장고, 영상실, 체험시설 등을 갖춘 박물관은 착공 3년 만인 2020년 4월 10일 경상북도에 등록을 마친 데 이어 6월 22일 개관을 계기로 새로운 역사의 출발을 알렸다.
특히 박물관 전시실은 김천지역에서 발굴• 발견된 유물을 전시해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김천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살아있는 역사 교육장의 기능을 소화해 내고 있다. 아울러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역사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평생학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가족 단위 관람객의 만족도 증진을 위한 어린이 문화체험실, VR 체험 등 다양한 자기 주도형 체험공간이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면서 불과 개관 50일 만에 유료 관람객 1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도자의 문화부재인식이 자초한 ‘시립박물관 없는 구미’
1997년 3대 의회 당시 전인철 전 의장이 최초로 제기하면서 비롯된 역사박물관 건립이 필요성은 의회가 열릴 때마다 이슈가 됐다.
특히 2013년 11월 5일 열린 주요 업무 보고에서 강승수 의원은 국•도비 79%가 투입되는 구미 디지털센터는 유치해야 하지만 시립박물관 역시 건립이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절대적이라면서, 동일 장소에 디지털센터의 별관 형식으로 시립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일 장소에 구미 성리학을 집대성한 구미 디지털센터와 시립박물관을 컨밴션화 할 경우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처럼 의회와 시민들이 더부살이를 하는 구미 관내 문화재와 유물, 민속자료 등을 자체 보관하기 위한 시립 박물관을 조기에 건립해야 한다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시는 박물관 건립을 위한 용역예산조차 편성하지 않으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오히려 시는 시립박물관 건립보다 문화재나 유물, 민속자료 등을 보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과 성리학박물관 등 전문박물관 건립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이 때문에 의원들은 2013년부터 줄곧 사업비 228억여 원을 들여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성리학 박물관을 종합역사관인 시립박물관으로 사업 내용을 변경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전문박물관에 한해 국• 도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문화체육관광부와의 협의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이를 백지화해야 한다는 암초에 부딪히면서 원점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이어 2018년에는 의회의 요구를 받아들인 시가 더부살이를 하는 문화재나 유물, 민속자료 등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의 명칭과 내용물을 변경해 '구미 근현대사 박물관' 또는 '구미 공영박물관' 으로서의 기능을 추가하려고 했지만, 이 역시 전문박물관에 대한 국•도비 지원 규정의 벽 앞에서 손을 들어야 했다.
한편 논란이 일자, 시는 개관 후 3년이 경과한 후 전문박물관에서 시립(공립)박물관으로의 변경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는 게 문화 예술계 인사들의 입장이다.
▷구미 소유 문화유산 어디에 있나
대부분의 구미 소유 문화재는 대부분 영남대와 대구대 박물관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고아읍 봉한리에서 발굴된 금동여래입상, 금동 보살 입상 등 3점은 국립 대구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또 도리사에서 발굴된 금동 육각 사리함 1점은 직지사 성보 박물관, 해평면 낙산리에서 발굴된 낙산 고분군 출토 유물 466점은 대구 가톨릭대학교 박물관, 구평동 택지 개발 지구에서 출토된 유물 51점은 국립 중앙 박물관, 선산읍 덕촌리 일원에서 발굴된 중부 내륙 고속도로 출토유물 86점은 한국 문화재 보호센터, 황상동에서 발굴된 황서초 예정부지 출토유물 533점은 대구대학교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또 황상동에서 발굴된 황상동 주유소 부지 출토유물 34점은 영남 문화재 연구원, 도량동 일원에서 발굴된 도량동 택지 개발지구 출토 유물 14점은 영남 문화재 연구원, 인의, 진평동 일원에서 발굴된 인의 진평 토지 구획정리지구 출토 유물 73점은 대구대 박물관, 해평 길씨 문중에서 발굴된 숙종 대왕 어필시 1점은 국립 중앙 박물관, 산동면 인덕리에서 발굴된 산동 생태숲 조성 사업부지 출토유물 8점은 국립박물관, 고아읍 문성리에서 출토된 문성리 토지 구획정리지구 출토 유물 120점은 국립 중앙 박물관에 각각 위탁 보관하고 있다.
이외에도 4공단과 확장단지, 5공단 조성과정에서 출토한 수많은 역사 유물들이 구미의 품을 떠나 타지역 박물관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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