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개입해야 주민 요구 수용
↑↑ 호당마을
‘주민들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 감수해야’
주민들의 편익보다 이윤추구에 급급하는 일부 공공기관의 횡포가 도마 위에 올랐다.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동안 주민들은 생존권과 생활권을 지키기 위해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불편부당한 사업 추진에 맞서 소위 ‘피를 말리는’ 저항을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결국 이들은 국민권익위에 하소연을 하고, 중재에 힘입어 주민들의 생존권과 생활권을 보호 받는다.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공공기관의 공익적 가치관이 비판받는 이유다.
◇ 영천시 호당마을
경북 영천시 호당마를 주민들은 유일한 진출입로인 호당교를 통해 영천시내를 왕래해 왔다. 그러나 호당교 바로 앞에 중앙선 도담-영천간 복선전철 공사가 시작되면서 이곳에 철고 교각을 세우기로 했다.
이러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차량·농기계 등이 자주 통행하는 호당교 진입로에 교각이 세워지면 시야를 방해해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면서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건너편으로 이전해 달라고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미 영천시와 건설사업에 대한 구조물 협의를 거친 사항으로써 설계내용대로 시공하더라도 시야 확보에 방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수년간에 걸쳐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주민들은 지난해 3월 국민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국민권익위는 수차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지난 25일 청통면사무소에서 상임위원 주재로 마을주민, 한국철도시설공단, 영천시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현장 조정회의를 열고 중재안을 최종 확정했다.
중재안에 따르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마을 진출입로 시야 확보를 위해 철도교각을 진출입로 건너편 쪽으로 이전하고 차량·농기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진출입로 양쪽에 길이 50m의 가드레일을 설치하기로 했다.
영천시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진출입로 개설·보강과 교각 이전에 따른 행정협의 절차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결국 주민들의 요구가 국가기관의 개입에 힘입어 받아들여진 것이다.
◇구미시 고아읍
지난 2017년 4월에도 유사한 일이 구미에서 발생했다.
구포-생곡간 국도대체 우회도로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부산지방 국토관리청은 당초 고아읍 항곡리와 예강리 구간에 주민통행을 위해 지하통로 박스 1개와 고가도로 형식의 육교 2개를 설치키로 했다.
이러자, 주민들은 고가 도로 형식의 통행로는 안전사고 우려와 통행에 불편을 초래한다면서 고가도로 형식의 육교를 지하통로 박스로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부산국토청은 예산 과다 집행을 이유로 들면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국민권익위가 중재에 나서면서 부산국토청은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구미시 확장단지
2017년도 유사한 또 다른 사례가 구미에서 발생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확장단지는 공장용지 확보와 주택난을 해소한다는 명분을 내건 한국수자원 공사가 지난 2011년 공사에 착수했다.이어 2016년 말부터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다. 2019년까지 1만여 세대가 입주하는 대단지로의 조성 목표를 위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단지 내에 학교시설은 전무한 실정이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왕복 4차선의 국도25호선을 건너 2키로가 넘는 산동면에 소재한 학교까지 통학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또 입주민들은 교통신호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출퇴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단지 내에 3개의 송전탑이 시설돼 위험과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었다. 결국 주민들은 수차례에 걸친 진정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2016년 6월 국민권익위의 ‘이동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을 접수받은 국민권익위는 2017년 주민과 구미시, 구미교육지원청, 구미경찰서, 한국수자원공사 구미단지건설단, 한국전력공사 대구경북건설지사 등 관계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조정회의를 갖고 최종 합의를 이끌어 냈다.
결국 한국수자원공사는 근린공원 조성,도로 중앙분리대 등을 설치키로 했다. 또 구미시는 도서관 설치와 단지 내 보안용 CCTV를 설치하고, 구미교육지원청은 2020년까지 초교 3개, 중학교와 고등학교 각각 1개씩 총 5개 학교를 신설키로 했다.
구미경찰서는 교통신호체계 개선과 과속카메라 설치를 검토하고 한국전력공사는 2018년 상반기까지 송전탑 이설을 추진키로 했다.
해당지역 주민들은 “주민들은 생존권과 생활권, 교육권 보호를 위해 보편 타당한 요구를 하지만, 일부 공공기관은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보내왔다”면서 “결국 국가기관이 문제 해결에 나선 후에야 주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고 지적했다.
또 “ 수개월 혹은 수년 동안 주민들에게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히는 공공기관의 행태는 횡포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결국은 국가 기관의 개입으로 주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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