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경진 소장. 사진=한국U&L연구소 제공 |
[칼럼 = 지경진 한국U&L연구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의 사회주의 팽창의 압력을 받는 신생 독립국들은 대부분 정치적 독재와 경제적 빈곤을 겪었다. 그 가운데 한반도의 북쪽은 최악의 독재를 만나 아직도 빈곤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건국 당시 한반도의 남쪽에서도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세력이 많았지만, 이승만을 중심으로 공산화 세력을 물리치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좌익들을 물리친 것은 참으로 놀라운 신의 축복이었다. 남북한의 GDP가 76.5배 차이가 나게 된 것은 오로지 정치 체제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다. 한국은 1948년 제헌헌법 이래 남북 대치 상황에서 전쟁과 군사정권, 장기집권 등 격동의 헌정사를 거쳤지만, 종합적으로 민주화와 경제적 번영의 성공 신화를 써왔다. 그 유일한 원동력은 바로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한 대한민국 헌법이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9차 개정된 대한민국 헌법 제10호로서 군사 독재 정부를 끝내고, 헌정사 최초로 여야 완전 합의로 끌어낸 민주화 운동의 산물이었다.
헌법은 나라의 건국이념과 국가 운영의 기본 원리가 명문화된 최고 근본법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전문(前文), 제10장 130조, 부칙 6조로 구성되어 있다. ‘자유 민주주의’,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 ‘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표현은 헌법 곳곳에 명문화되어있다. 우리 헌법 전체에 흐르는 최고의 가치이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국시(國是)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유 민주주의’는 헌법 개정의 내재적 한계이며, 개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정통 헌법학자들의 정설이다.
첫째, <헌법 전문>에 ‘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고 선언하고 있다. 둘째, <제4조> 에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되 반드시 ‘자유 민주주의에 바탕으로 한 평화 통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을 선언하고 있다. 셋째, <제8조> 에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공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의 국시로 주창되던 1986년 전두환 정권 당시 대구 출신의 유성환 의원이 국회에서 ‘대한민국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가 빨갱이로 몰렸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국회의원 면책 특권이 박탈되고 5년간 옥고를 치른 바 있다. 그는 공산주의 옹호론자가 아니었고 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를 반대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 표현을 하였고, 국회 회기 중 국회의원이 법정 구속된 첫 사례가 되었다.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선호하면서도 독재자를 싫어하는 마음으로 통일을 강조한다는 뜻이었으나, 명백한 실언이었고, 불행한 일을 겪게 된 슬픈 아이러니였다. 현행 헌법 제4조에는 평화 통일이란 ‘자유 민주주의에 바탕으로 통일’을 말한다는 것이 명문화되어 있다. 2014년 통합진보당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헌법 제8조‘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배하는 정당으로 정부의 제소에 의하여 헌법재판소에 의해 강제 해산된 바 있다.
‘자유 민주주의’ 또는 ‘민주적 기본 질서’의 본질적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가 판단하지만, 국민주권주의, 권력 분립주의, 민주 공화국 주의, 기본권 존중 주의, 사법권의 독립, 시장 경제 제도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는 점에는 이견(異見)이 있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삼권분립 원칙에 의하여 첫째, 정부의 요구(제소)에 의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위배한 정당을 해산한다. 둘째, 국회의 요구(소추)에 의하여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직 공무원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의 탄핵 소추에 의하여 파면을 결정한다. 셋째, 법원의 요구(제청)에 의하여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한다. 이때 헌법을 위배한다는 것은 바로 자유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위배하였는가를 뜻한다.
그런데도 현 정부와 여당의 일부 지도자들 가운데 자신은 ‘자유주의자’인 동시에 ‘사회주의자’라는 것을 공공연히 말하고 있고, 국민들도 그것을 특별히 문제 삼지 않는 참으로 이상한 헌법 무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본질적으로 민주주의는 사회주의와 반대말이다. 자유 민주주의 또는 시장 경제는 공산주의와 반대말이다. 사회주의자들이 자신들을 스스로 사회 민주주의 또는 인민 민주주의라고 미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기 위하여 반드시‘자유’민주주의라고 표현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자유 민주주의는 사회주의와 공존할 수 없는 체제이며 가치이다. 그러므로 북한은 자유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국민주권주의, 권력 분립주의, 민주 공화국 주의, 기본권 존중 주의, 사법권의 독립, 시장경제 원리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있음으로 대한민국과 체제를 공유할 수 없다. 우리 헌법은 통일이 중요하지만,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포기하는 통일, 즉 공산주의와 공존하는 통일을 추진할 수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을 흡수하는 통일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자유 민주주의에 바탕으로 한 통일이라는 우리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발언이다. 만일 연동형 비례제 선거 방식이 도입되면, 우리 헌법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국회의원이 양산될 수 있지만, 주권자인 국민은 이를 알 수 없게 된다. 자유 민주주의가 대한민국 헌법의 본질적 가치라는 것을 모르는 자들이 국가 권력을 집행하게 되는 정치 위기 상황이 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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