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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그들을 더 울리지 않았다’ 40여 년 한(恨) 서린 삶, 경주 한센인촌 희망농원 주민들

김경홍 기자 입력 2020/11/01 13:13 수정 2020.11.01 13:13


10월 28일 국민권익위 조정 성립
범정부적 입장, 중앙정부와도 지속적 협력
신청인 대표 김용원 회장, 희망농원 주민에게 희망, 거듭 감사


↑↑ 정부가 경주와 칠곡의 한센인 260여 명의 자활을 위한다는 이유로 경주 보문단지 일대에 1959년 만든 양계장 마을인 희망농원에 강제 입주 당한 주민들은 1978년 보문단지 개발로 쫓겨난 후 무허가 건물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서럽고 고된 삶을 살고 있다. /사진 = 경주시 제공


[경북정치신문=김경홍 기자]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 숨 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문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 리 먼 /전라도 길 ”

일제강점기 시절, 호남 곳곳에서 흩어져 살고 있던 한센인(속칭 문둥병)이 강제 이주한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 한 많은 삶을 묻은 한센인 한하운 시인이 쓴 ‘전라도 길(소록도 가는 길)의 전문이다. 그의 시 ’소록도 가는 길‘은 70~80년대의 국민들을 울렸다. 또 이곳은 육영수 여사가 자주 찾아 한센인들의 손과 발을 씻겨주기도 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당시만 해도 한센병이 전염될 수도 있다는 여론이 무성한 때여서 한센인을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육여사가 국민을 감동하기도 했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남 고흥군에 소재한 소록도의 아픔과 빼닮은 곳이 경북 경주시 한센인촌 희망농원이다. 이들은 일제에 이은 정부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41년 이상 편견과 무관심 속에 한(恨) 서린 삶을 살아온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주시 한센인촌 희망농원 거주민들의 주거복지‧환경개선 문제가 지난달 28일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 이하 국민권익위) 조정으로 해결의 발판이 마련됐다. 이날 회의는 민원 신청인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 주낙영 경주시장, 이강덕 포항시장, 주대영 대구지방환경청장, 경주시의회 의장과 도‧시의원, 희망농원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깊은 관심과 애정을 나타냈다.

조정이 성립된 후 민원 신청인 대표 김용원 회장은 “ 조정을 계기로 40년간 소외된 삶을 살아 온 희망농원 주민들을 위해 주거복지 및 환경개선 문제 등이 꼭 해결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 이러한 자리가 마련되도록 도움을 주신 관계자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라고 소회를 피력하는 눈가에는 설움과 회한의 눈물이 알알이 맺혀있었다.

국민권익위의 조정안에 따라 경주시와 경상북도, 포항시, 대구지방환경청은 희망농원 지역의 노후 집단계사 및 슬레이트 철거, 노후 정화조 및 하수관로 정비 등 환경개선과 주거복지를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국고 예산지원이 신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노후 집단 계사 및 슬레이트 등 폐기물 처리는 150억 원, 노후 환경기초시설 등 재정비는 60억 원이 소요되는 등 총 210억 원의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는 향후 조정 이행관리를 하는 과정에서 관계 중앙부처와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한 예산 지원 방안을 마련, 지자체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이날, 오후 희망농원 지역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둘러보고 경주시청에서 현장 조정회의 주재를 통해 그동안 정부의 관심 밖에 놓여 있던 경주시 한센인촌의 주거복지·환경문제에 대해 최종적인 해결방안을 끌어 낸 국민권익위 전현희 위원장은 “과거 41년 전 당시 정부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고통과 불편을 겪어 온 이곳 경주 한센인촌 희망농원 거주민들에게 정부의 기관장으로서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며, “이번 조정은 41년 전 정부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고통받은 한센인촌의 주거복지 및 환경문제를 개선하고 인근 포항시민과의 갈등을 해소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조정을 계기로 전국 한센인 이주 정착촌 문제해결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 중앙부처와도 지속해서 협의를 해나가는 한편, 참석 기관들과 협력해 조정 이행이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 조정이 성립된 후 민원 신청인 대표 김용원 회장은 “ 조정을 계기로 40년간 소외된 삶을 살아 온 희망농원 주민들을 위해 주거복지 및 환경개선 문제 등이 꼭 해결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 이러한 자리가 마련되도록 도움을 주신 관계자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라고 소회를 피력하는 눈가에는 설움과 회한의 눈물이 알알이 맺혀있었다. /사진= 국민권익위 제공

한편 정부가 경주와 칠곡의 한센인 260여 명의 자활을 위한다는 이유로 경주 보문단지 일대에 1959년 만든 양계장 마을인 희망농원에 강제 입주 당한 주민들은 1978년 보문단지 개발로 쫓겨난 후 무허가 건물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서럽고 고된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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