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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정치신문

고3 교실에서의 정치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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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교실에서의 정치 논쟁

경북정치신문 기자 press@mgbpolitics.com 입력 2020/01/07 22:39 수정 2020.01.20 09:11

↑↑ 지경진 소장. 사진 = 한국 U&L연구소 제공

[칼럼 =지경진 한국 U&L연구소장] 
2019년 12월 27일 제1야당에서 결사반대해오던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이 범여권 정당들이 연합하여 다수결의 힘으로 강행 개정되었다.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보통 시민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국회의원 정원 300명 가운데 지역구 선출직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은 종전과 같다. 다만 비례대표 47석 중 17석은 전통적 방식으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고, 30석에 대하여는 지역구에서 거의 당선되기 어려운 도토리 정당들이 정당 득표율에 연동하여 독차지하도록 배분한다는 것이다. 4.15 총선이후 또 개정될 수밖에 없는 일회용이며 누더기 입법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여당은 이들 군소 정당들이 자신들의 정책에 협조해 줄 것을 기대하며 제1야당을 배제한 채 강행한 것이므로 민주주의의 일보 진전이라 보기 어렵다.

개정된 새 선거법 가운데 선거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조항이 삽입되었다. 전국적으로 55만 여 명의 새로운 유권자가 생겼으며, 2020학년도 2002년생들인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일부가 투표권을 갖게 되었다. 이들은 앞으로 대통령, 국회의원, 광역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의원,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장과 기초 시군구 의원, 광역지자단체의 교육감, 이상 7명의 고위 공직자 선거에 참여하게 된다. 선거일 기준으로 생일이 지난 5만여명이 새롭게 투표권을 행사하게 되었으므로 대입 수능을 준비하는 고3 교실에서의 정치 논쟁은 불가피하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선거연령을 낮추는 문제는 입학 연령, 초중고 학제, 대학 입시 등 한국의 특수한 교육 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으로 충분한 사전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지만, 현 정부는 심각한 고려 없이 용감하게 법을 개정했다. 그러므로 이제 교육부와 선거관리위원회는 학교에서 파생될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 대책과 지침을 만들어야 하고, 학교는 학생들에게 건강한 민주 시민의식과 국가관, 균형 잡힌 정치의식과 공공 문제에 대한 가치관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교육과정이 재검토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한국 고등학생들은 <한국 지리>, <세계 지리>,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한국사>, <세계사>, <동아시아사>, <사회문화>, <법과 정치>, <경제> 등 11개 사회탐구 과목 가운데 2~3개 과목만을 선택하고 있다. 만일 고등학교에서 <법과 정치>라는 과목을 선택하지 않으면 민주정치의 기본 원리,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 국가의 정체성 등에 대하여 제대로 학습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사회적 성장 발달 과정에 맞춘 사회과 교육과정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둘째, 고3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거 운동의 방법과 절차를 어느 정도 허용할 것인가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유권자인 학생들은 충분한 정치적 식견을 갖출 준비과정 없이 특정 정당에 가입할 수 있고, 선거운동원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입후보자가 유권자인 학생을 만나기 위하여 교실에 진입하는 것을 어느 정도 허용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셋째, 만 18세로 선거연령을 낮추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고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학제를 개편하여 만 18세 이전에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등 학제를 종합적으로 개편하여 만 18세 이전에 고교를 졸업할 수 있는 방안이 근본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넷째, 현실적인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별 관심이 없는 일반 정치 지망생들이나 지방의원들이 학교운영위원회에 개입하려는 풍조가 더욱 확산될 것이며, 학교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제대로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섯째, 일부 정치 편향적인 교육지도자들이 ‘교육’의 미명으로 가짜 뉴스를 전달할 때, 이를 통제할 실효성 있는 방안이 없다.

현대 민주정치는 대의정치이다. 그러므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학생들이 사고의 지평을 넓혀 개인의 행복과 발전의 문제를 넘어 국가 사회의 공공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일은 가치 있는 일이다. 다만 아름답고 건강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 분열과 대립으로 꼴불견인 한국 정치 현실에서 청소년들이 민주주의와 진실과 정의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될까 우려한다. 가짜 뉴스와 흑색선전이 엄격히 통제됨으로 국가 공동체의 미래와 희망을 분별하는 역량을 기르고, 치자피치자(治者被治者) 동일성(同一性)이라는 민주정치 원리를 스스로 체험하는 학습의 장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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