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발행인 김경홍> 민주당은 지난 2018년 지방 보수의 상징인 경북 구미 지방정치에서 사실상 완승을 했다. 시장은 물론 6명의 도의원 중 3명, 23명의 시의원 중 9명이 당선됐다. 특히 2명이 정원인 시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2명 모두를 가져갔다. 이변이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진보 승리, 보수 패배라는 진영의 논리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그동안 구미를 이끌어 온 보수 리더 그룹이 공단과 지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기 때문이었다. 전국 최대의 내륙공단이 필수적으로 유치해야 하는 KTX마저 빼앗긴 상황에서 시민들과 기존 기업, 유치 희망 기업의 절망은 컸다.
1970년부터 2010년 초반까지 번영을 구가했던 구미는 그 이후 쇠퇴일로로 접어들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공단 경기가 침체하면서 그 여파가 지역경제로 강하게 파고들었다. 비수에 다름없었다.
2018년 당시 구미시민들이 진영의 논리를 극복하고 정서적으로 괴리 상태였던 민주당의 팔을 들어 준 것은 힘든 구미를 살려달라는 호소였다.
이번 총선은 민주당 후보는 물론 민주당 출신 구미시장과 도의원, 시의원들이 그간의 경제 업적에 대해 심판을 받는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부여된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 출신 지방 정치인들이 구미시민들이 갈망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등소평의 백묘흑묘론’에 얼마나 부합하게 활동해 왔는지의 여부가 심판받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진영의 논리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누가 구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구미 경제를 재건할 능력이 있는지 등 자격론과 능력론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전략 공천에 대해 구미시민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것도 이번 총선의 포인트이다. 특히 구미을 지역은 총선이 있을 때마다 전략 공천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돼 왔다.
↑↑ 구미시 전경. 사진 = 블로그 당나귀 캡처 |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구미갑구와 구미을구가 구미시 단일 선거구로 통합되면서 1명의 의원을 선출할 당시 구미갑구의 박세직 의원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반면 구미 을구의 김윤환 의원은 공천을 신청했다.
하지만 김윤환 의원이 영입한 한나라당 이회창 대표는 김 의원을 낙천시키고 김성조 의원을 전략공천 했다. 당시 선거에서 김 의원은 자신이 주도해 창당한 민주국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결국 분루를 삼키던 그는 소위 창암(이회창 암)으로 세상과 별리해야 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또 구미갑구에 공천 신청을 냈던 이재순 전 한국폴리텍 구미 대학장이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구미 을구로 선거구를 바꾼 후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다. 그러나 구미을 지역 주민들은 재선에 도전한 무소속 김태환 후보에게 힘을 실으면서 당선시켰다.
전략공천은 18대 총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한나라당)은 경선에 나섰던 김태환 현역 의원과 후보들을 배제하고. 장석춘 후보를 전략공천 했다. 선거 결과 김태환 의원이 분루를 삼켰지만 3천표 차의 박빙의 승부수였다.
이뿐이 아니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새누리당)은 장석춘 국회의원을 불출마하도록 하고, 동시에 3명의 예비후보를 배제하면서 김영식 후보를 전략공천 했다. 결국 반발한 김봉교 후보는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다.
이러한 당 차원의 전략 공천에 대한 구미을 유권자들이 어떤 판단을 할지도 관심 사항이다.
아울러 후보의 도덕성은 명명백백하게 검증되어야 한다. 특정 후보와 관련해 일부 지역 언론이 미투 의혹과 대학교수로서 재임 당시의 리베이트 관련 의혹을 보도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점 역시 총선일 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보도 한 기자들의 질문이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한 후보의 답변이 있을 것이다. 단순히 ‘근거없는 일이다’라고만 한다면 유권자에 대한 정중한 자세가 아니다. 시민과 구미를 대표한 특정 정당 후보로서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명명백백하게 밝힘으로써 투명성을 검증받기 바란다.
국회의원은 구미를 대표하는 대변인이면서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미 공동체가 번영을 유지하려면 유권자들이 깨어 있어야 하고, 사익보다 공익, 꼼수보다 능력과 실력을 우선하는 자격 있는 리더가 서로 어우러져야 한다.
그 리더를 뽑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자신이 던지는 소중한 한 표가 자신과 후손들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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