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발행인 김경홍 } 50여년 간 혹독한 가난과 망향의 설움 속에서 한맺힌 삶을 살아온 '구미시 신평동 이주민의 눈물'이 최근들어 세상을 숙연케 하고 있다. 그들은 구미국가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에 떠밀려 삶의 터전을 잃어야 했던 바로 우리들의 착한 이웃이다.
그들의 희생과 눈물은 구미공단을 내륙 최대의 공단으로 성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2019년 구미공단 50주년 행사에서도 이주민들은 그 누구도 손짓조차 하지 않는 외롭고 고단한 삶의 그물에 갇혀 쏘아 쏘아 올리는 축포를 올려다보아야만 했다.
“그 모든 걸 기억해 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라는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라는 걸... (서른, 잔치는 끝났다 중에서), 알고 있을 세상은 그렇게도 무정했다. 더군다나 공단 50주년을 맞은 이주민들에게 안긴 것은 구미시가 부과한 1억5천만 원의 변상금이었다. 이주민들로 구성한 신평2동 번영회가 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상 소유권자인 구미시의 재산을 무단 점유해 년간 2천만 원의 임대료를 받았다는 게 이유였다. 서민과 약자를 우선한다는 민선 7기 구미시가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헐값에 문전옥답을 뺏겨야 했던 이주민들에게 50년 전 악몽을 다시 곱씹게 한 것은 도리와 정도가 아니다. 잘못에 대한 수학적 셈범보다 역사적 가치 기준을 우선하는 현 정부의 국가 운영 철학과도 괴리가 있다.
‘신평동 이주민의 눈물’이 세상으로부터 다시 조명을 받을 수 있었던 계기는 경북도의회 김상조 의원과 구미시의회 장세구 의원이 노력에 힘입은 결과였다. 이들 의원은 지난 6월 10일과 7월 16일 도정 질문과 5분 발언을 통해 “구미국가산업단지 조성과 발전의 이면에는 삶의 터전을 잃어야 했던 원주민들의 희생과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있다”면서 “지역과 국가 발전을 위해 희생을 감수한 이주민들의 정주 여건 개선 방안 마련과 공단 조성 과정에 대한 자료를 기록, 관리할 ‘대한민국 전자산업 발전기록관 건립‘을 제안했다.
↑↑ 노을지는 낙동강./ 사진 = 카페 ‘사진 찍는 그런 남자’ 캡처 |
◇자장면 한 그릇에 1백 원 하던 시절, 평당 1백 원에 전답 뺏긴 이주민 264세대
1960년대 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구미 낙동강 변에 국가 공단을 조성한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결국, 소문은 현실이 됐다. 1969년 1월 구미국가산업단지 설립추진대회를 시작으로 1969년 6월 4일에는 건설부 고시 제321호에 의해 사업시행자 지정을 통해 본격적인 조성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이를 계기로 1971년 11월 3일에는 비산동 일대에 전자단지 제1공구 조성사업, 1973년 2월 10일에는 전자단지 제2공구 조성 사업이 첫 삽을 떴다. 그러나 구미 낙동강 변이 산업근대화의 전초기지가 된다는 기대감으로 세상은 들떠 있었지만, 이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전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위기의식과 상실감 속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들이 바로 신부, 비산, 광평, 사곡, 상모, 임은, 오태는 물론 칠곡군 납계동의 264세대 원주민들이었다.
그들은 결국 쓰나미처럼 밀려든 산업근대화라는 물결에 쓸려 내려야만 했다. 당시 국가는 이들에게 평당 1백 원을 내밀면서 고향을 떠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들에게 쥐어진 것은 평당 1백 원의 쌈짓돈이었다. 당시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이 1백 원이었으니, 사실상 문전옥답을 강탈당한 것이다.
5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잊히지 않는 또 다른 아픔은 마을명의로 된 토지를 국가 소유로 몰수하는 내용의 특별조치법이었다. 이 때문에 이주민들은 마을의 공동 행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일구고 가꿔온 610평 면적의 동 소유 토지를 뺏겨야만 했다. 이들의 피와 땀이 묻혀있는 사유지와 마을 공동 소유지는 산업단지에 강제수용돼 입주하는 기업에 저렴한 분양가의 공장부지를 제공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주민들은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이 남긴 아픔 속에서 눈물을 쏟아냈지만, 세상과 기업들은 꿈에 부풀어 있었던 시절이었다.
구미시가 신평2동 번영회에 부과한 1억5천만 원의 변상금 역시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초래한 결과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고향을 떠나는 이주민들이 그래도 위안을 삼은 것은 당시 선산 군수가 산업단지에 강제 수용당한 610평의 동 답을 대신해 이주단지에 170평 면적의 공유지를 제공한 것이었다. 이후 이주민들은 공유지에 자력으로 건축물을 지었고, 임대해 얻은 수익금으로 마을의 공동 행사, 장학금 등으로 활용을 해 왔다. 그러나 시가 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상 소유권자가 구미시인 재산을 무단으로 점유해 년간 2천만 원의 임대료를 받았으므로 1억5천만 원을 변상하라는 과세 명령을 내린 것이다.
믈론 악법도 법이라고 하지만, 그 법이 국민의 정서를 이반한다면 '퇴치법'이 되어야 한다. 법은 절대군주가 만드는 제조품이 아니라 민주사회 구성원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나가는 공동의 작품이다.
◇권력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초래한 아픔, 제2의 아픔을 주어선 안 돼
장세용 구미시장은 이주민들이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반드시 시장은 책무의 일환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편에 서 주어야한다.
법과 원칙에 따라 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상 소유권자인 구미시의 재산을 무단으로 점유해 수익금을 발생시켰기 때문에 그 돈을 내놓으라는 행정명령은 이주민들에게는 부당하고 가혹한 처사다. 오히려 권력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재산권을 침해받은 이주민들이 국가로부터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하는 것이 책임과 도리가 아니겠는가.
민주당 정권은 현재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피해를 본 이들에게 형벌의 오명을 벗겨주고, 상응하는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철학과 가치관을 실현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남긴 비극의 흔적을 지운 그 토양에 진실과 공정, 정의와 진실의 씨앗을 파종하고 있다.
농경사회에서 생사의 문제가 걸린 토지를 뺏겨야 했던 이주민들의 한을 씻어주기 위한 노력을 해도 모자랄 판국에 1억5천만 원을 변상하라는 과세 명령을 이주민들의 아픈 가슴 앞에 들이민 행정행위를 세상은 과연 어떻게 볼 것인가. 사회적 약자와 부당한 공권력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감동의 물결이 도도하게 흘러넘치는 살아있는 민선 7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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