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경진 한국 U&L연구소] 1923년 9월 도쿄를 중심으로 진도 7.9급의 초강력 관동 대지진이 발생했고, 큰 화재가 수반되었다. 사망자, 행방불명자가 14만 명, 이재민 340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재난이었다. 이러한 혼란 가운데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 ‘조선인이 방화하였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가짜 뉴스가 확산되었다. 일본인들은 진실을 알려 하지 않은 채 조선인 또는 조선인으로 의심받는 사람 3000명~6000명을 학살하였다. 가짜 뉴스가 인간성을 말살하게 된 비극적 사건이었다.
↑↑ 지경진 소장. 사진 = 한국 U&L연구소 제공 |
21세기 현재 인터넷을 타고 거짓 정보가 전 방위적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거짓 정보는 인간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한다. 인류의 번영을 도운 컴퓨터와 인터넷이 가짜 뉴스 생성에 동원되고 있다. 현재 미국 소셜 미디어에 유통되는 정보의 25~30%가 가짜라는 조사가 나왔다.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뉴스 해독자’의 비율은 국가의 투명성 정도에 비례하며, 나라마다 상당한 수준 차이가 있다(2020.1.8.자 조선일보). 덴마크(51%), 스웨덴(51%), 노르웨이(47%), 핀란드(47%), 영국(45%) 등 북유럽 국가가 가장 우수하고, 그 다음이 미국(34%), 독일(34%), 대만(34%), 일본(18%), 프랑스(16%), 홍콩(16%)이며, 한국은 11%로서 자유 국가 들 중 가장 낮은 편이다. 객관적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뉴스 문맹자가 많다는 뜻이다.
만일 국가 정책 결정자들이 진실을 알려 하지 않고, 편향된 관점, 왜곡된 사실, 거짓 정보에 기반하고 있다면 그 나라는 결코 진보할 수 없다. 예컨대, ‘북한의 핵무기는 남한 사회를 위협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새로 도입된 공수처법은 검찰 개혁을 위한 민주주의 세력의 승리다.’ ‘현 정부 이후 현재 한국 경제의 체질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 ‘자유 민주주의가 우리 헌법의 최고 가치는 아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국제 사회와의 공조보다 우리 민족끼리의 평화 협정이 바람직하다.’모두 사실을 왜곡한 가짜 뉴스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예컨대, 검찰 개혁의 본질은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으로부터의 수사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는 것이다. 검사는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사회의 정의의 대변자, 정의의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도록 수사권과 인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법치주의와 권력 분립이 자유 민주주의의 핵심가치가 되는 이유다. 자신들이 임명한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범죄를 수사하는 권한을 갖도록 한 것은 검찰 개혁이란 미명 아래 이루어진 대표적인 가짜 민주주의가 된다.
거짓은 진실보다 빠르게 암세포처럼 퍼지는 속성을 갖고 있다. 사실인 양 위장된 가짜 뉴스는 인간의 합리적인 비판력을 마비시킨다. 이처럼 민주주의로 포장된 가짜 민주주의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감추면 ‘국민의 의한(by the people) 정치’라는 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된다. 다수결의 횡포로 본말 전도 현상을 야기하고 전체주의 또는 가짜 민주주의로 전락하게 된다. 그러므로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그 어느 때보다 사실 또는 진실을 제대로 알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모든 입법 과정 참여자는 균형 잡힌 법의식을 지녀야 한다. 법의 이념은 정의, 합목적성, 안정성 세 가지의 조화와 균형이다. 정의만을 강조하면, ‘세상이 망하더라도 정의를 세우라’고 주장하게 되어 위험하다. 합목적성만을 강조하면, ‘민중의 행복이 곧 최고의 법이다’ 주장하게 되어 전체주의로 흐르게 된다. 안정성만을 강조하면, ‘악법도 법이다.’ ‘정의의 극치는 불의의 극치다.’라고 하여 변화와 혁신이 어렵다. 그러므로 편향되지 않는 관점을 가지고 신중한 개혁 입법 노력이 요구된다.
둘째, 사실(fact)이 지배하는 사회는 청렴한 사회를 이루는 일과 동행한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은 저절로 맑아진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헌법의 기본 가치다. ‘윗사람에게 솜방망이, 아랫사람에게는 쇠방망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갈등과 분열이 심한 사회일수록 객관적 사실과 진실이 공유되어야만 통합으로 나갈 수 있다. 좌우의 양극단에 위치한 자들은 진실을 알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신들의 파당적 이익에 매몰되어 국가 전체의 이익을 보지 못한다.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거나 뉴스 문맹을 퇴치하지 못하면 인류는 새로운 형태의 파시즘을 불러오게 될 수 있다.
끝으로, 언론의 자유가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다. 언론이 진실의 수호자가 되어 그 진실이 소통될 때, 건강한 시민의식이 형성된다. 물은 흘러야 이끼가 끼지 않는다. 햇볕은 쬐어야 곰팡이가 슬지 않는다. 피는 흘러야 혈관이 막히지 않는다. 바람은 통해야 음식이 부패하지 않는다. 진실이 소통 공유되어야만 가짜 민주주의를 추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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