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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정치신문

기획/LG전자 해외이전 무대응 선례 남기면 구미공단 둑이..
기획·연재

기획/LG전자 해외이전 무대응 선례 남기면 구미공단 둑이 무너진다, 위기에 강한 구미 저력을 보여주자

김경홍 기자 입력 2020/05/26 00:21 수정 2020.05.26 00:26

향토기업 LG전자 해외이전 구미공단 공동화 우려와 함께 시민들 심리적 공동화 충격/ LG전자 이전설 지난해 하반기부터 확산, 구미시•경북도•지역 출신 국회의원 •지방의원 무엇을 했나, 민심이반 심각/LG 화학 구미형 일자리 추진도 불신/ 시민이 나서 대체 투자 없이는 구미공단 못 떠난다는 선례 남겨야/대구•경북, 정치권 공동 대응 나서야 / 구미시민 주도 범시민 운동이 우선돼야


[경북정치신문= 김경홍 기자]
LG전자가 구미사업장 TV사업부의 생산라인을 인도네시아로 이전한다고 공식 발표한 5월 20일 구미시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구미 소재 대기업의 해외이전에 따른 구미공단 공동화의 위기라는 단순 방식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충격파는 더욱더 거셌다.

우리나라에 전자 산업이 전무하던 1958년, 30대 초반의 나이에 LG의 전신인 럭키금성을 창립한 구자경 회장은 1975년, 부산 동래구 온천동 공장을 구미공단으로 이전하면서 구미에 LG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특히 그 무렵 구미에서 국내 최초로 흑백 TV를 개발, 생산하면서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디스플레이 산업의 씨앗을 뿌린 것은 산업화의 기반이 빈약했던 한국으로선 기적이었고, 구자경 회장이 구미에서 신화의 써 내리면서 구미공단은 이 나라 산업화의 전진기지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구미가 제2의 고향이라던 구 회장이 마지막 남긴 선물은 2019년 7월 25일 경북도와 구미시, (주)LG 화학이 참여한 가운데 맺은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 협약식이었고, 그로부터 5개월 후인 그해 12월 14일 향년 94세를 일기로 영면하면서 그 바통을 손자인 구광모 회장이 이어받았다.

↑↑ 구미경실련이 지난 24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LG전자 해외이전의 부당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 =구미경실련 제공

이처럼 LG가 구미와 희로애락을 함께한 세월은 45년이었다. 구미시민들은 LG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주식팔아주기 운동을 전개했는가 하면 투자를 확대할 때마다 사랑의 엽서 보내기 범시민 운동을 펼쳤다. 그만큼 구미시민들은 LG를 사랑했고, LG 또한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을 통해 구미와 구미시민들에게 풍족한 선물을 안겼다. 그래서 ‘사랑해요. LG'는 구미의 향토기업으로 뿌리를 내렸다.

그래서 흑자를 내는 LG전자 구미 TV 사업부의 해외이전은 시민들에게 구미공단 공동화의 위기라는 단순 방식을 넘어 배신감과 허탈감 등을 안겨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시민들의 심리적 공동화가 심화하면서 (주)LG화학이 참여하는 구미형 일자리 역시 백지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 시민․사회단체 적극 대응 vs 행정․ 선출직 공직 세계는 소극 대응
지난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LG전자의 해외 이전설이 회자했지만 구미시와 경북도, 지역 출신 국회의원과 지방의회는 무방비 상태였다. 더군다나 총선을 전후해 해외이전설이 관련 인사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언급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지역 리더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결국 구미경실련이 해외이전 문제를 들고나오면서 민심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18일 구미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24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예고하면서 “휴대폰처럼 만성 적자사업이면 철회를 요구하지 않겠지만, 평택공장은 계속 확장하면서 구미는 줄이는 ‘구미 홀대(패싱)’는 중단되어야 한다”며 “LG전자가 구미 투자를 확대하도록 하는 데 시민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구자근·김영식 당선인에 대해서도 “지역사회의 반대로 해외이전을 철회한 기업에 대한 보상 규정 신설 등 리쇼어링 관련 입법 보완을 공동 1호 법안으로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지난 21일에는 구미 사랑 기업사랑 시민운동본부가 “LG전자의 구미시 존치를 통해 100년 LG의 꿈을 구미시민과 함께 실현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LG전자의 해외이전 재고를 요청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어 24일에는 장세용 구미시장이 입장문을 통해 경북도와 구미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이전이라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며, 정부가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리쇼어링) 추진 정책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이전 발표는 구미시민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장 시장은 또 국내 전자 산업의 효시인 구미시와 깊은 인영이 있는 LG전자는 구미의 자존심이면서 자랑이라고 전제하고, 1974년 구미공단에 첫발을 내디디고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 구미와 늘 함께해 왔고, 우리나라의 수출을 견인해 왔다고도 했다.

이러면서 LG전자 인도네시아 이전과 같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문제가 구미시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 장 시장은 해외 이전 자체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6월 말 LG전자의 해외이전에 대응해 시민단체의 비판 성명과 호소문에 이어 구미시까지 입장문을 발표한 데다 24일 구미경실련의 청와대 앞 기자회견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LG전자 해외이전 제고 혹은 대체 투자를 요구하는 여론은 범시민운동으로 태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1975년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서 구미 1공단으로 이전한 금성사. 사진 = LG 경북협의회 제공

◇ 해외이전 백지화 안 되면 대체투자 해야
개미구멍을 막지 못하면 제아무리 튼튼한 벽도 무너지는 법이다. 그래서 제궤의혈(堤潰蟻穴) 이다.
바다의 수면보다 육지의 지면이 낮은 네덜란드, 한스 브링커라는 소년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다가 제방에 작은 구명이 뚫리는 걸 발견하고 온몸으로 막아 나섰고, 이를 본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세하면서 바다에 먹힐 뻔한 ‘바다 밑의 네덜란드’를 살려냈다.

흑자 경영을 지속해 온 LG전자 TV사업부의 해외이전 백지화 혹은 대체투자라는 결과를 도출해 내지 못할 경우 구미공단을 둘러싼 제방에 구멍이 뚫리고 결국 기존 기업의 해외 및 수도권 이전이 봇물이 터지듯 하면서 구미공단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개미구멍을 막지 못하면 튼튼한 벽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 구미경실련은 LG전자 해외이전에 대한 적극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경우 다음 순서는 적자 경영 상태인 LG전자 A1 공장(솔라사업부)일 수도 있고, LG디스플레이는 가동중단 공장을 신규투자사업으로 활용하지 않고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독하게 뭉쳐서 이번 기회에 “삼성·LG, 대체투자 없이 못 떠난다!”는 새로운 표준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평택시에는 17만 평도 모자라 30만 평→43만 평으로 무한 투자확대를 하는 상황에 비추어 투자 여력이 있는 LG가 평택 투자 일부를 수도권과 해외이전으로 비어있는 구미 공장에 대체투자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LG 대체투자, 경북도•대구시, 정치권 공동 대응 나서야
5월 25일 경북도는 앞으로 도민의 에너지를 결집하는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될 역대급 36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다시 뛰자 경북 범도민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추진위는 답보상태에 놓여 있는 통합 신공항 이전, 대구•경북 행정통합 등 현안 해결을 위한 중심축 역할을 맡게 된다.

특히 분야 별 4명의 공동위원장 중 경제 분야는 구미상공회의소를 이끄는 조정문 경상상공회의소 회장이다. LG전자 구미 대체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대구•경북 공동 대응 차원에서 호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구미경실련은 대구시와 대구 정치권에 대해 ‘대구시민 5만 명이 출퇴근하는 구미공단을 대구생활권 구미공단으로 인식을 전환하고 LG전자 해외이전 구미공단 대체 투자 촉구 운동에 동참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김부겸•홍의락•김현권 대구•경북 민주당 낙선자들이 뭉쳐서 노동 존중•일자리 우선의 슈퍼 여당인 민주당 중앙당 차원의 LG전자 구미 대체 투자를 끌어내는데 앞장서 달라는 요청을 해 놓고 있다. 아울러 2008년 LG 디스플레이 1조3천억 원 투자 시민감사음악회를 구미경실련과 공동으로 개최한 구미회·인사모 등 지역 사회단체들의 동참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구미경실련 조 국장은 “구미공단 삼성·LG가 신규투자 여력이 없어서 구미를 떠나는 게 아니고, 수원·평택엔 투자를 확대하고 있음으로 시민들이 독하게 뭉쳐서 ‘수원·평택 투자 일부를 구미 대체투자로 돌려라. 대체투자 없이 못 떠난다’는 ‘새로운 표준’을 만들 명분은 충분하다”고 밠혔다.

구미시민들은 위기에 강했다. 김대중 시절에는 범시민추진위를 통해 4공단 착공이라는 결실을 거뒀고,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에 반대하는 범도민 궐기대회를 구미가 주도하면서 속도를 내던 규제완화를 주춤거리게 했다.
대구와 경북, 정치권이 하나가 돼 대체 투자없이는 구미를 떠날 수 없다는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LG전자 해외이전 무대응 선례 남기면 구미공단의 둑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구미시민들은 이제 작은 구멍이 뚫이는 걸 발견하고 온몸으로 막아 내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위기에 처한 네덜란드를 구한 한스 브링커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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