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 전 구미, 대구 YMCA 사무총장/ 사진 = 필자 제공

  2년 전 ‘스카이 캐슬’이라는 제목의 상위 0.1%의 부유층들의 남편 승진과 자녀들을 입시경쟁을 그린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소위 일류대학을 위해서라면 서슴지 않는 모랄 해저드, 조건식 훈련, 왕따와 학교폭력을 넘어 결국은 살인이라는 상황까지 펼쳐진 시청률 최고 23.779%라는 기록을 남긴 풍자극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그 내용과 방식 출연자들만 달랐지 마치 복사한 듯(처음부터 결말을 충분히 짐작하고 전개될 방향을 알 수 있는) ‘팬트하우스’라는 이름의 드라마가 눈길을 끌고 있다고 합니다.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에서 벌이는 부동산과 교육 전쟁!’이라는 설명과 함께 이제 반이 넘지 않은 상황에서 시청률 최고 19.9% (닐슨코리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가가는 것조차 상상하기 힘든 사치와 그들만의 불륜, 그리고 자녀들까지 완벽하게 오염되어가는 경쟁의 모습, 그러니까 전 국민의 0.1% 정도의 사람들의 삶에 천만 명 이상 시청자들이 흥미진진하게 이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비록 그것이 비아냥이던, 시기든 간에 화려함과 서로 얽힌 치정, 배신과 처절한 속임 등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을 현실인 것처럼....... 이웃 사촌이니,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이라는 우리의 모습이 돈, 권력, 명예 앞에 철저하게 훼파되고 이를 대물림하면서 진입장벽을 튼튼히 세우고 사다리를 치워 버리라는 악랄한 천민 자본주의의 모습만이 투영된 모습입니다.

냉전이 붕괴된 이후 미국식 자본주의를 기준으로 삼고 그 관행과 제도를 따라 하려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공산주의를 표방하던 국가들이 망하게(?) 되니 저절로 승리한 자본주의 국가의 부와 제도를 따라야 될 것이라는 생각이 세계를 지배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국제 금융 자본이 미국식 시장 경제 체제를 개발도상국의 발전 모델로 삼게 한 합의합니다. 이를 1989년 미국의 정치 경제학자 윌리엄슨(Williamson, J.)이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 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미국 모델을 제시하면서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census)’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그것으로 이후 미국의 행정부와 국제 통화 기금, 세계은행 등 워싱턴의 정책 결정자들의 논의를 거쳐 정립되었으며 구체적으로는 정부 규모 축소, 관세 인하, 시장 자유화와 개방, 민영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제개발의 방식을 말합니다. 미국의 자본주의 형식이 전 세계의 경제 운용의 내용을 지배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여기서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이곳의 삶 역시 자본주의라는 그룹에 속해 있고 그에 대한 내용이 판을 치는 상황 속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본주의란 말 그대로 이윤의 획득을 가장 큰 목적으로 하는 경제활동. 화폐경제를 말합니다. 초기의 고전 자본주의가 1930년대 대공황을 겪은 이후 일시 자본주의와 자유 방임정책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가 고조되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일본 등에서 거둔 자본주의적 경제정책의 성과는 자본주의의 지속적인 생명력을 입증했는데 이윤만을 추구하려는 영리 지상주의, 목적 실현을 위해 여러 수단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는 합리주의, 나아가 자본주의의 가장 큰 특징인 정부의 최소한 규제나 간섭으로 자율적인 경쟁이 몇 번의 위기 이후 자본주의 4.0(정부를 인정하고 자본주의가 항상 불안정한 본질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한다. 또 시장과 정부가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한다)등으로 변하고 있습니다만 근본적으로 ‘자본의 가치증식에 의해 영리를 획득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기업 활동이고, 그로 인해서 경제적 불평등은 부(富) 또한 덕목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되었습니다. (비록 선한 자본주의라는 말을 통해서 더 많은 세금 등으로 자산의 분배를 극대화를 통한 자선을 위한 노력을 말하지만 슬라보예 지젝은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와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데올로기를 혼동하지 않도록’ 해준다고 하여 그 말 자체의 모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우리의 모습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특히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마구 휘저어놓으면서 대부분의 사람을 절망하게 만드는 구실을 제공합니다. 자본이 스스로 자본을 만들고 그로 인한 부의 양극화는 끝없이 심해지면서 더 ‘성공’에 대한 개념마저 혼동되는 모습을 느낍니다. 실제로 수도권의 경우 신도시가 형성되면 아파트의 값이 며칠 사이에 몇억이 뛰어오르고...... 따라서 봉급으로 집을 산다는 것은 완전한 거짓이요, 따라서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도,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경제적인 패배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는지요, 초등학교부터 상상하기 힘든 공부와 공부, 경쟁과 경쟁에 몰아넣어 오로지 좋은 대학, 좋은 직장으로 부의 계급에 진입, 이기는 것이 선이라는 정글의 법칙만이 이 땅을 지배합니다.

눈을 우리 지역으로 돌립니다. 돈이면 모든 문제의 시작이 되고 돈으로 모든 문제의 답을 만드는 모습 말입니다. 지난해 도량동 일대에 공원을 조성한다는 이름을 내걸고는 실제로는 아파트를 추가해서 지으려던 업자들과 그들을 비호하는 지방 토호 정치 권력에게 맞선 시민들의 투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반대한 시민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간 말은 업자의 자격 문제나 법적인 부당성 등 내용에서의 문제보다 더 많은 아파트 건설로 자신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인식이었습니다. 결국 원래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지요. 즉 문제를 만드는 이유도 해결하는 방식도 모두 자신의 재산에 관련된 이기주의에 달려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또 있습니다. 몇 년을 이어온 이야기이지만 해평 주민들을 중심으로 대구에서 취수원 다변화를 목적으로 낙동강의 물을 이용하려는 데 죽음을 걸고 반대한다는 일련의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같은 생각을 버릴 수 없습니다. 대구에서 해평 취수장의 물을 이용할 경우 개발 제한 구역이나 상수원보호 구역이 늘어나게 되어 그로 인해 재산권의 축소를 가져오게 되니 ‘죽음’을 담보로 하여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결사반대라는 붉은 머리띠를 하고 바락바락 반대를 외칩니다. 이 문제에 대한 전문가의 조사 결과는 오히려 그 구역이 줄어드는 데도). 모든 것이 돈입니다. 낙동강이 해평 주민들만의 것은 아니지요. 도무지 명분도 없는 반대를 이리도 지루하게, 그것도 죽음을 불사한다는 망발을 되풀이하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한 푼이라도 더 내 호주머니에’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는 차라리 더 많은 돈을 얻게 되고 더 많은 가치를 누릴 기회가 되는 데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의 세상에 살면서 돈(자본)을 무시하거나 돈(자본)이 없는 상태에서의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불가할 수도 있습니다만 트럼프식 자본주의(상생보다는 우선하여 내 이익을 위해)에 실상도 모르면서 밴드웨건 효과의 한 무리가 되어 소리치고 움직인다는 것은 워싱턴 컨센서스가 만든 또 하나의 악랄한 모습입니다.
(202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