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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정치신문

문화 예술 관광 예산, 낭비성으로 보는 구미시 의회의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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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관광 예산, 낭비성으로 보는 구미시 의회의 근시안적 시각 문제 있다

김경홍 기자 입력 2019/12/15 19:33 수정 2019.12.15 07:33

[칼럼 = 발행인 김경홍 ] 구미시의회가 지난 10일 본회의를 열고 집행부가 제출한 2020년도 예산안 1조2천647억만원 중 70건에 41억 9천 1백만원을 삭감했다. 이중 문화, 예술, 관광 관련 예산 37건이 전액 혹은 부문 삭감됐다. 그만큼 전체 삭감 건수의 절반을 웃돌 만큼 문화 예술 예산을 향한 의원들의 칼질은 혹독했다.

정주 여건 개선을 통해 우호적인 투자유치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동시에 풍부한 문화유산을 자원으로 활용해 관광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발전 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원들의 평소 신념과는 배치되는 결과여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예산 심의 때마다 반복된다는 점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문화 예술 예산은 낭비성, 소모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죄인 취급을 받아야만 했다. 거시적이기보다 근시안적 안목으로 예산을 대하는 경솔한 시각이 낳은 안타까운 일이다.

2007년 당시 5대 구미시의회 의원들은 경제 한파가 몰아친다는 이유를 들어 본예산 심사과정에서 문화예술 행사 예산을 대부분 삭감했다. 어렵기 때문에 문화 예술 행사를 소모성, 전시성으로 규정하고, 삭감의 칼날을 들이댄 것이다. 하지만 문화 예술 행사 예산은 추경을 통해 대부분 복원됐다.

6대 의회의 경우는 더욱 황당했다. 집행부 길들이기에 착수한 의회는 본예산 심사를 통해 시장, 부시장, 실․국장 판공비의 50%를 전액 삭감했다. 6대의회 개회 전 예산 편성 지침에 대한 연수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지침까지 어겨가면서 칼질에 나선 것이다. 결국 의회는 추경을 통해 판공비 전액을 복원시켰다. 구미시의회 역사상 지울 수 없는 '몽니 의회'의 전형이었다.

↑↑ 지난 10일 구미시의회가 본회의를 열고 2020년도 당초예산을 의결했다. 사진 = 구미시의회 캡처

7대 의회도 다르지 않았다. 솔 장애인 시설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자, 구미경실련은 솔 장애인 시설 운영에 대한 조사특위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조사특위 활동이 건전한 활동을 해 오고 있는 민간보조 단체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점도 주지했다.

하지만 솔 장애인 시설 운영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것을 주목적으로 활동해야 할 특위는 ‘구미시의회 사회복지시설 및 보조 사업 조사특별위원회’라는 거대 공룡으로 탄생했다. 민간 보조 단체나 기관, 문화 예술 행사를 주관, 주최해 오고 있는 문화예술 단체 모두가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신세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솔 장애인 시설의 인허가권 등 검찰에서 조사하고 있는 범위 밖의 문제를 파헤치는데 주안점을 두기로 했던 조사 특위의 당초 취지는 오간 데 없었다.

결국 불씨는 2015년도 본 예산 심의 과정에서 문화예술 예산으로 불똥이 튀었다. 일부 의원들이 문화 예술 행사의 전액 삭감을 원칙처럼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문화예술인들이나 단체가 탄탄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안동이나 김천 등 유서 깊은 도시였다면 난리가 날 일이었고, 문화나 예술에 대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위치에서 보면 천박한 행위였다.

당시 구미시의 전체 예산은 1조 800억원이었고, 이 중 문화 예술 행사의 예산은 34억원에 불과했다. 안동이나 김천 예산의 50%에도 못 미치는 소위 '껌값 예산'에 다름 아니었다. 이 껌 값 예산을 무더기 삭감하는 이유로 의원들은 복지예산의 과다 점유를 주장했다. 일반 회계 전체 예산 중 30%를 복지 예산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 압박을 저감시키기 위해 문화, 예술 행사를 대부분 삭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34억원이라는 '껌값 예산'을 삭감하려고 하기 보다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복지예산 쓰임새의 옳고 그름을 파헤치기 위해 ‘물 속 깊이 자멱질’을 한다면 더 큰 예산의 절감 효과를 가져 올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구미는 전국 최고의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불교를 신라에 처음 들여놓은 도리사가 있는가 하면,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시킨 성지인 지산 발갱이 들, 산업화의 상징인 박 대통령 생가는 물론 서성 김생, 성웅 이순신과 함께 초성 황기로는 고아읍 출신으로 삼성 칭호를 받은 인물이다. 이외에도 사육신, 생육신 등도 구미의 자산이다. 이뿐인가. 새마을 종주 도시이면서 자연보호 발상지도 바로 구미이다.

뜻있는 일부 의원들은 이러한 역사적 현장에 주목하고, 굴뚝 있는 산업과 굴뚝 없는 산업(관광산업)이 조화가 구미에서 이뤄져야 하고, 이것이 바로 구미의 미래 먹거리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독일 프랑크 푸르트는 괴테가 문학을 하던 집 한 채를 관광 자원화 해 한 도시의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문화 유산을 등한시해 온 구미로서는 수치스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수치의 중심에 의회가 있다.

산업도시인 구미가 문화와 산업이 공존하는 도시, 이를 통해 먹고 살 수 있는 도시로 거듭 나려면 문화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고, 여기에다 관광 문화를 업그레이드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예술인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어야 하고, 문화 예술 행사가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산업도시에다 문화 유산의 도시 구미를 접목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 하는 문화예술 행사 예산 삭감을 의원 본연의 임무로 생각한다면 소아적인 발상일 수밖에 없다.
힘없고 빽 없는 문화예술인, 자신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관련된 문화예술 행사 단체에 대해 삭감을 하는 보복성 심사 자세는 극복되어야 한다. 차라리 수백억, 수십억원의 전출금을 가져가는 구미시 산하 기관에 대한 감시 활동을 강화하면 '껌 값 예산'인 문화 예술 삭감 예산의 수십 배를 절감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한 역사의 답은 물질과 문화의 조화에 있다. 그것을 적절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조화되면 르네상스 구미를 꽃 피우는 문명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구미는 지금 문화와 물질을 조화시켜 새로운 먹거리, 미래 지향의 문명을 창출해야 하는 중차대한 상황을 맞고 있다. 수십억원의 문화예술 예산에 목숨을 거는 구미시의회 의원들의 처신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오히려 수십억원의 문화 예산을 서너 배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는 것이 옳다.

구미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곳곳에서 문화 예술이 불꽃을 피우고, 그 불꽃들이 몰아치는 한파를 물리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구미의 미래가 있다. 훗날 구미 문명을 꽃피운 그 중심에 시민의 대표인 의원들이 있었다는 후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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