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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정치신문

코로나 19, 고위 공직자들의 급여 일부 반납은 전시행정..
오피니언

코로나 19, 고위 공직자들의 급여 일부 반납은 전시행정, 연봉 반납해라

김경홍 기자 입력 2020/04/19 01:20 수정 2020.04.19 01:22


하급직 공무원에 무언의 압력
산하 공공기관, 기업에도 보이지 않는 심리적 폭력
연봉 1억 넘는 고위 공직자, 차라리 연봉 반납해야
아니면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듯 봉사해야
30% 반납하면 세제 혜택의 묘수


[데스크 칼럼= 발행인 김경홍 ]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경주 최씨 부잣집을 거론하곤 한다. 이를테면 이렇다. 흉년에는 절대 땅을 사지 않는다. 소작료를 줄여서 일반 백성이나 소작농이 부를 나눠 갖도록 한다. 사랑채에 두 손이 겨우 들어가도록 입구를 좁게 만든 뒤주를 만들어 배고픈 사람은 누구나 이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그 주요 내용이다. 현대 사회의 용어로 풀이하면 기업의 사회 환원이다.

경주 최씨 집안의 사회 환원이 당시로써는 경이로운 일일 수도 있으나, 곰곰이 따져보면 그렇게 우러러볼 만한 일도 아니다. 진정으로 공평한 부의 분배 가치관을 가졌더라면 소작료를 받지 않았다던가 만릿길의 넘는 농지를 오히려 소작농에게 헐값에 팔았어야 옳았다.

논리의 과잉일 수 있으나, 자본주의가 인본주의를 압도하기 시작한 그 시절에는 그러한 처신만으로도 세상으로부터 추앙을 받았다. 그만큼 그 세상은 소수에 의한 경제적 독점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 많은 재산을 어떻게 형성했는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사고의 갈등으로부터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대립이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무더운 여름날 팔각정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 소작농을 짐승 부리듯 했던 당시로써는 경주 최씨의 나눔 문화가 경이로울 수도 있었으니, 참으로 세상은 힘과 힘의 싸움이다. 진정한 힘이 곧 정의인 시대는 언제 올 것인가.

↑↑ 11일 대구를 방문한 정세균 총리가 이철우 경북지사, 권영진 대구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코로나 19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사진 = 경상북도 제공

칸트는 인간을 존경의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른바 실천이성, 순수이성의 핵이다. 코로나 19사태를 계기로 자본주의가 힘을 잃고, 인본주의가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길 갈망한다.

최근 들어 코로나 19사태로 고위 공직자들의 급여의 30% 반납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한 달 전에는 경북도지사를 비롯한 일부 광역단체장들이 일정 정도의 급여 반납에 나서겠다고 한 데 이어 최근 들어서는 국회의장과 국회 사무처 소속의 차관급 고위 공무원들이 급여의 30% 반납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안타까운 발상이다. 고위 공직자들의 급여의 일부를 자진 반납하는 운동은 하급 공무원들에게도 막대한 심리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오히려 코로나 19 십시일반 성금 모금 운동에 산하 공무원들을 동참하도록 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는가.

1억원대의 연봉을 받는 고위직 공직자들의 30% 급여 반납 운동이 박봉에 시달리는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반납에 따른 세제 혜택도 따져볼 일이다.

또 권력 기관의 고위직 공무원의 급여 일부 반납 움직임이 세상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관련된 기업이나 산하 단체에 무언의 압력과 충격을 가한다는 점에서도 깊은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고위 공직자가 급여의 30%를 반납하려고 결심했다면 오른팔이 하는 일을 왼팔이 모를 만큼 조용하게 진행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공식적인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 30% 급여 반납’ 운운하는 것은 전시적 행정 혹은 하급직이나 산하 공공기관, 관련 기업에 대한 무언의 압력이라는 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고위직 공직자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애국심이 강렬하고, 코로나 19 사태와 싸우는 국민의 고충을 체감한다면 연봉 전체를 반납하겠다는 결심을 하라. 그들에겐 먹고살 돈이 있으니 말이다.

‘밥상에 앉은 부모가 밥을 먹지 않겠다고 하는데 그 앞에서 밥을 먹는 자식은 없는 법이다’
잘 먹고 잘사는 고위 공직자들의 사치스러운 일정 지분의 급여 반납 운동으로 없고 못사는 하급직 공무원이나 산하 공공기관, 관련 기업에 압박과 충격을 가하지 않길 바란다.
이 기회에 경주 최씨 집안의 나눔 문화 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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