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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정치신문

살아가며 돌아보며> 자치단체장과 경영주에게 들려주고 싶은..
오피니언

살아가며 돌아보며> 자치단체장과 경영주에게 들려주고 싶은 ‘인본주의적 변화’가 성공한 이야기

김경홍 기자 입력 2020/06/09 23:19 수정 2020.06.10 00:07


[데스크 칼럼= 발행인 김경홍] 기원전 6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설원은 중국 고대 처세술을 집대성한 고서이다. 주제별 20권으로 구성된 설원의 ‘군도’ 편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홍수를 다스려 왕조를 일으켰다는 전설적인 우왕은 순시를 나갔다가 죄인을 만나게 되면 수레에서 내려 그 사정을 물어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를 이상케 여긴 신하들이 여쭈었다.
“저들은 모두 법을 어긴 무뢰한입니다. 왜 그렇게 우십니까?
우왕의 답은 이랬다.
“요•순시절 (중국이 태평성세를 맞이했던 시절) 백성들은 모두 요•순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아 누구 하나 불의를 일으키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왕이 된 뒤로는 백성들이 모두 자기 중심적인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슬퍼서 운다”

또 ‘복은 편’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익히 아는 얘기지만 초나라 장왕이 신하들에게 술을 내리고 잔치를 벌였다. 술기운이 돌 무렵 어둠이 내리자마자 등불이 꺼졌다. 그 어둠을 이용해 신하 중 한 사람이 아름다운 후궁에게 수작을 부리자, 후궁은 관 끈을 임금에게 보여주며 “불 꺼진 틈을 타 어떤 신하가 옷을 잡아당기길래 그자의 관 끈을 짤라 가지고 있습니다. 불이 켜지면 그자를 찾아 엄벌을 내려주십시오”
하지만 장왕은 오히려 모든 신하에게 관 끈을 끊어 버리라고 명령을 했다.

3년 뒤 초나라와 진나라가 전쟁할 당시 선봉에 서서 목숨에 내놓고 용감하게 싸우는 신하가 있었다. 그 신하의 용감한 전투로 진나라는 결국 승리하게 됐다.
공을 치하하기 위해 신하를 부른 왕이 물었다
“무슨 일이 있길래 목숨을 돌보지 않고 싸웠는가”
신하가 답했다.
“저는, 그날 밤 후궁에게 수작을 부린 신하입니다”



고인이 된 삼성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의 일화도 가슴을 울린다.
4ㆍ19 직후 제2공화국이 들어섰을 때의 일이다. 정부는 3ㆍ15 부정선거 문제와 함께 부정축재자 처리 문제를 척결키로 했다. 삼성도 탈세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다.
담당 검사는 삼성의 과장ㆍ부장ㆍ상무ㆍ전무를 차례로 불러 탈세 혐의를 추궁하고 최종적으로 이병철 회장에게 출두 명령을 내렸다.

그 당시 검사가 물었다.
"도대체 삼성에서는 서로 자기가 탈세의 주범이라고 하는데, 진짜 주범은 누굽니까?"
담당 검사로부터 질문을 받은 이병철 회장의 답은 이랬다. .

"당연히 최고 경영인인 내 지시를 받고 한 일이니까, 내가 그 주범이오."
감탄한 담당 검사는 한동안 말을 잊었다. 부정축재 사건으로 추궁을 받은 다른 기업들의 간부나 사업주들은 책임을 기업주나 서로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려고 헐안이 되던 시절이었다.

세계 일류 기업으로 삼성이 성장한 이면에는 후궁에게 수작을 부린 신하를 보호해 준 초나라 장왕의 인본주의와 초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신하의 충성심이 스며들어 있진 않을까.

세상은 변하고 있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변화의 주체를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려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경제변화의 주체는 사람이고, 사람이라는 존재를 움직이는 것은 사고이다. 지역사회나 기업이 변하려면 리더와 기업주가 먼저 변해야 하고, 변화하는 성질 속에는 인본주의가 중심이 돼 있어야 한다. 리더와 기업주가 선한 쪽으로 변하면 부하 공무원이나 노동자들은 충성을 다하고, 최선을 다해 일에 매진하게 될 것이다.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나 부하 공무원에게 변화를 요구한다는 식이라면 초나라와 진나라의 전쟁에서 초나라는 이길 수가 없었을 것이다. 권위주의를 과감하게 버리고, 인본주의를 존중하는 장왕의 지혜가 결국 용감한 신하로 하여금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게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부하공무원이나 노동자가 지도자나 경영주의 선한 변화에 감동을 받았다면 치열한 경쟁에서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는 힘을 비축하게 될 것이다.

전설적인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스스로의 능력에 도취되어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모델 T 외에는 그 어떤 새로운 모델의 자동차도 제작하지 않았다.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주면 망치로 때려 부쉈을 정도로 모델 T에 집착한 결과 주가는 급속하게 급락했다. 반면 GM은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변화를 거듭하면서 선두를 추격했고, 결국 1970년대에는 포드를 추월했다.
변화를 선도하고 진취적으로 준비하는 자들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을 사례로 보여준 일대 사건이다.

↑↑ 변화에는 인본주의 철학이 깔려 있어야 한다. 그 변화의 이랑이랑마다 권위주의와 ‘나는 선하고, 너희들은 악하다’라는 자기중심주의, 권위주의가 뿌리를 내리는 식의 나쁜 변화는 변화하지 않음만 못하다.

예술은 길고 생은 짧은 법이다. 권력과 명예, 부와 부의 향유도 마찬가지다. 생명은 때가 되면 한 줌 재로 남는 유한적 존재에 다름 아니다. 발전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되 인격을 존중하는 변화, 가진 것을 나눠쓰는 공생의 변화, 위와 아래는 인정하고 존중하되 차별하지 않는 변화가 구미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기관이나 기업에 뿌리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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