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발행인 김경홍] 최근 들어 불거진 전직 교수와 국회의원 당선자 간의 저급한 ‘똥개’ 논쟁이 들불처럼 확산하고 있다. 소위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 그룹으로 분류되는 두 인사의 ‘똥개 공방’은 낮 뜨거울 정도다.
대학물을 먹은 이들이 대학 1학년의 필수 교양 과목인 철학 서적을 접했는지도 의심이 간다. 인본주의와 인간존중의 사상을 빼곡하게 적어놓은 교양철학을 한두 번만 읽었더라도 저급한 표현으로 상대를 무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피니언 리더의 이러한 발언은 특히 민심이 천심인 국민을 우민 시하고 있다는 측면도 없지 않아 무례하기 짝이 없다.
기본이 된 자식은 부모 앞에서 저급한 표현을 쓰지 않는다. 두 인사가 내뱉는 상식 이하의 표현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인격 형성에 해를 끼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 =진중권 홈피 캡처 |
지난 15일 미래통합당 측 주최로 열린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진중권 전 교수는 복당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홍준표 당선인을 겨냥해 “대선 후보까지 지낸 분이 똥개도 아니고 집 앞에서 이렇게 싸우느냐”고 힐난했다.
고향 출마 문제를 두고 잡음이 일던 지난 1월에도 “대권 후보였으면, 그 무게를 스스로 가볍게 보지 말라”며 홍 전 대표를 겨냥해 똥개 발언을 한 바 있다.
진 씨는 특히 15일 토론회에서 미래통합당에는 ‘뇌가 없다’는 작심 발언을 하기까지 했다.
↑↑ 홍준표 당선인. 사진= 홍 당선인 홈피 캡처 |
진 씨에 의해 ‘똥개’가 된 홍 당선인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16일 페이스북에 진 전 교수를 겨냥해 “분수도 모르고 자주 떠들면 자신이 똥개로 취급당할 수도 있다”며 “똥개의 눈에는 모든 사람이 모두 똥개로 보이는 법”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러면서 그는 “고향에서 출마하는 사람들이 모두 X개라면 각자 고향에서 출마한 대한민국 국회의원 20여 명 모두 X개"라며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도 고향에서 출마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 전 교수가) 좌파에서 배척당하고 아무리 갈 곳이 없다지만 우파 쪽에 기웃거리는 것은 참으로 보기 딱하다"며 "그만 자중하라. 분수 모르고 자꾸 떠들면 자신이 똥개로 취급당할 수도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치아위화(齒牙爲禍)이다. 모든 화근은 입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말을 하기 전에 한번 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성인들은 다언삭궁(多言數窮)을 되새기라고 타일렀다. 말이 많으면 자주 곤란(困難)한 처지에 빠진다는 의미다. 말을 아껴야 한다. 말을 많이 할수록 그 말에 발목이 잡혀 자주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성인들은 강조하고 있다.
철학자 칸트는 인간은 존경의 대상이라고 했다. 모든 인간은 절대적 가치를 가진 인격체로서 대우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학문의 전당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학자 출신인 진중권 전 교수나 대권 후보로 나서서 일정 정도의 득표력을 과시한 홍준표 당선인 역시 세상이 다 아는 오피니언 리더그룹이라는 데는 사족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들이 치아위화(齒牙爲禍)를 일삼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상대의 가치관이나 철학이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존중의 대상인 특정인을 똥개로 몰아붙이는 비정상적인 이들 오피니언 리더들로부터 무엇을 배우겠는가. 똥개라는 저급한 표현은 일기장 구석에나 적어놓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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