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타협 실종 여파 특정 정당 의장단 독식, 소수당 불참
국회 흉내내는 ‘ 작은 국회’ 기초의회, 풀뿌리 자치 실종 우려
[경북정치신문= 김경홍 기자] 2년 임기의 후반기 의정에 들어간 기초의회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정상적인 의정 활동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여야 간 감정의 골은 패 일대로 패였다.
대화와 타협 없는 정치가 어떤 것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21대 국회의 원 구성 과정을 그대로 답습한 의회가 있는가 하면 국회 원 구성 과정에서 소속 당이 당한 만큼 의장단 선출 과정을 통해 앙갚음 한 경우도 없지 않다. 공천권자인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한 탓이다.
이러니, 그들의 인식 속에 공천권자나 당리당략만 있고, 주민은 없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할 만도 하다. 원인 제공자인 공천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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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의장단 선거 파행, 대표적 사례
▲강릉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 불참
강릉시의회는 무소속 9명, 민주당 8명, 미래통합당 1명(비례대표)으로 구성돼 있디.
무소속 9명은 권성동 국회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되자, 미래통합당을 동반 탈당했다. 권 의원이 복당하면 사실상 이들도 복당하게 된다. 미래통합당 비례대표 1명은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당적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미래통합당 10명, 민주당 8명인 셈이다.
다수당인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이 후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의장단 배분을 위한 타협에 실패하면서 미래통합당은 단독으로 의장과 부의장, 3명의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민주당은 전원 불참했다.
▲충주시의회
민주당 원 구성 독식에 반발, 미래통합당 의원들 삭발 강행
충주시의회 역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만 본회의에 참석해 원구성을 강행했다.
미래통합당 의원 7명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 12명은 자당 소속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한 데 이어 상임위원장까지 독식했다. 통합당 원내대표는 임시회가 열리기 한 달 전부터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1석을 달라고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제안한 바 있다.
▲ 춘천시의회
미래통합당 불참, 더불어민주당 독식
춘천시 의회는 미래통합당 의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한 데 이어 4개의 상임위원장도 독식했다.
시민과 시민단체의 비판이 쇄도했다. 춘천시민연대는 정당 간 힘겨루기 사태를 촉발한 근본 원인은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 지방의회를 대의정치의 장이 아닌 사적 욕망의 장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영주시의회
미래통합당 다수당 불구, 의장•부의장 무소속
미래통합당 7명, 더불어민주당 2명, 무소속 5명으로 통합당 의원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5석의 무소속 의원에게 의장과 부의장 모두를 내줘야 했다.
세 개의 상임위원장 중 민주당이 1개, 무소속과 통합당 의원이 각각 1개씩을 나눠 가졌다. 미래통합당의 아성인 영주시의회가 의장단을 무소속에 내주자, 미래통합당 도당이 원인 규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영천시의회
개원 사상 처음 후반기 의장 선출 실패
미래통합당 7석, 더불어민주당 3석, 무소속 2석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임시회를 열고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의장단을 선출하려고 했으나,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소속 시의원들 간의 의장단 배분 조율 실패로 다음 임시회로 연기했다. 개원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2석을 요구한 반면 통합당은 상임위원장 1석만을 내주겠다고 밝혔다. 다음 임시회 일정은 잡히지조차 못했다.
↑↑ 대화와 타협 없는 정치가 어떤 것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21대 국회의 원 구성 과정을 그대로 답습한 의회가 있는가 하면 국회 원 구성 과정에서 소속 당이 당한 만큼 의장단 선출 과정을 통해 앙갚음 한 경우도 없지 않다. 공천권자인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한 탓이다 (국회 의사당)/ 사진 = 국회 이관순 기자 |
◇ 공천제가 낳은 파행, 중앙정치 빼닮는 기초의회
의장단 선거 파행으로 일부 기초의회가 후유증에 눌려 민생을 돌보아야 할 본연의 임무를 상실하자,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지금의 행태대로라면 차라리 기초의회가 존재할 필요가 있느냐”며, 기초의회 무용론’까지 들고 나선 상황이다. 2005년 공천제 도입 이후 14년 만에 다시 제기되는 사안이어서 ‘관심 현안’이 아닐 수 없다.
국회는 지난 2005년 밀실야합이라는 국민적 비판 여론을 무시하고 기초의회의 정당공천제와 중선거구제를 도입했다. 당시 민주당과 한나라당,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기초의회에 공천제를 도입할 경우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도입자체를 반대했다. 공천제 찬성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민노당에 불과했다.
하지만 결국 이들 주요 정당들은 국민과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하루아침에 공천제를 도입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장에서는 손해를 볼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 곳곳에서 파행이 이어졌다. 특히 특정 정당의 정서가 강한 영남이나 호남 지역의 기초의회 의원들은 주민보다 공천권자인 국회의원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공천을 받기 위해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기초의원 역시 공천권자인 국회의원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하면서 주민의 삶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기초의회의 무용론이 거론되는 핵심 이유이다.
후반기 의장단 구성 과정에서 비롯된 후유증이 확산하면서 최근 들어 다시 공천제는 물론 기초의회의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기초의회가 ‘작은 국회’로 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 대 당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집단으로 등원을 거부하는가 하면 공무원들에 대한 갑질 행태는 물론 상임위원회의 회의장은 국회의 청문회장을 빼닮고 있다. 그들의 인식 속에 민생은 없고, 변질한 권위주의와 답습해서는 안 되는 ‘퇴행하는 국회의 풍경’으로 가득 들어차 있는 것이다.
결국 그 폐해를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혈세를 들여 기초의회를 운영하라고 해 놓았더니 ‘주민은 없고, 권위주의와 몽니’만 남아있는 꼴이다.
전반기 원 구성 과정에서 파열음이 불거지면서 기초의원들은 시민들에게 답습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후반기 들어서도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일반적인 여론이다.
전직 기초의원 A 모 씨는 “ 기초의회가 국민적 비난을 받는 국회를 닮아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 이 때문에 풀뿔리 민주주의를 최일선에서 지켜야 할 기초의회 파행의 원인을 제공한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주민보다 공천권자인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는 지방의원에 실망해 출마를 포기했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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