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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정치신문

살아가며 돌아보며> 자신의 삶은 없었다는 황혼기의 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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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돌아보며> 자신의 삶은 없었다는 황혼기의 자영업자에게

김경홍 기자 입력 2020/07/12 22:37 수정 2020.07.12 22:39



{데스크 칼럼 =발행인 김경홍] 코로나 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던 지난 3월, 자그마한 식당을 운영하는 황혼기의 자영업자를 잠시 만난 적이 있었다. 찾는 손님이 뜸해 문을 닫기로 했다는 그는 매월 납부하는 이자와 임대세 감당하기도 힘들다는 하소연을 했다.

딸과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제대로 된 노후 준비조차 못 다는 그는 꿈꿔 온 자신의 삶은 오간 데가 없다는 푸념까지 늘어놓았다. 심지어 가정을 꾸린 자식들은 살 큼 살면서도 안부 전화조차 뜸하다는 아쉬움을 쏟아내던 초로의 자영업자가 꿈꿔 온 자신의 삶은 무엇이었을까.

↑↑ 코로나 19가 확산하던 지난 3월 김천시 주요 도로변에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자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사진 =김천시 제공

◇어느 불자의 이야기
산속 깊이 자리 잡은 산사의 옆 마을에는 불도수행 (佛道修行)을 삶의 목표로 세우고 살아가는 젊은 불자가 있었다. 그러나 워낙 몸이 허약해 수행을 할 때마다 고통을 앓아야만 했던 그는 산사로 찾아가 노승에게 기력을 얻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부탁을 했다.

노승이 일러준 기력 회복 방법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산양유(山羊乳•염소 우유)만큼 좋은 것이 없다네, 아침저녁으로 한잔 씩 마시면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네. 아랫마을 염소들의 우유는 몸에 효험이 있다고 들었다네.”

이튿날부터 불자는 염소의 우유를 마시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아랫마을을 오르내렸다. 그러나 우유를 마시면서 기력은 좋아졌지만, 수십 리나 되는 마을을 아침저녁으로 오르내리는 시간에 쫒겨 정작 자신이 목표로 하는 불도수행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불자는 마을로 오르내리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아예 염소를 기르기로 했다. 그러나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식성이 좋은 염소는 밥을 달라고 소리를 질렀고, 그때마다 염소의 꼴(염소에게 먹이는 풀)을 캐기 위해 마을 뒷산을 오르내려야 했던 그는 좀처럼 불도수행을 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고민 끝에 목동에게 염소를 맡기면 많은 시간을 불도수행에 쏟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그는 아랫마을의 소년에게 일을 맡겼다. 하지만 일에는 댓가가 따르는 것이었다. 불자는 목동에게 줄 일당을 마련하기 위해 품을 팔아야만 했고, 역시 불도를 수행한 시간을 가질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아내는 품삯을 주지 않아도 염소를 기를 것이라고 여기고 결혼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또 문제가 생겼다. 품삯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낳은 이이들의 양육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는 예전보다 더 많은 품을 팔아야만 했다. 불도를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할 겨를이 없을 만큼 세월은 하염없이 흘러갔다.

중년의 나이가 되었을 무렵, 자기 삶의 목적을 불도수행이라고 여기고 살아왔으나 단 하루도 정진을 힐수 없었던 그는 산사의 노승을 찾아가 투덜거렸다.
“아랫마을로 내려가 아침과 저녁으로 한잔 씩 우유를 마시면 기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스님의 말씀만 믿지 않았다면 제 삶이 엉망이 되진 않았을 것입니다”

잠자코 불자의 얘기륻 듣고 난 노승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기력을 회복한 불자는 염소라는 소중한 생명을 보살폈고, 끼니 걱정을 하는 아랫마을 소년을 굶지 않게 했지 않았느냐. 그뿐이더냐. 오갈 데 없는 여자를 아내로 삼아 아이를 낳고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으니, 그게 불도수행이 아니던가”


그날 필자는 식당업을 하고 있다는 60대 중반의 남성에게 이런 말을 남기며 자리를 떴다.
“자신만을 위한 삶과 자신을 위한 삶의 의미는 다르질 않습니까, 결국은 가족이나 상대를 위해 사는 것이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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