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없이는 총선 승리 없다’ 공언한 황교안 대표
설 전 보수통합추진위 발족
보수 대통합 안되면 새보수당과 부분통합 가능성
‘대구 경북 한두 마리 집토끼 놓치더라도 최대 표밭 수도권에 사활’
한국당, 새보수당 공천지분 신경전 예상
우리공화당 등 친박 세력 반발, 대구 경북 보수표 분산
더불어민주당 일부 지역서 어부지리 가능성
[경북정치신문=김경홍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현 상황은 고립무원(孤立無援)이다. 험지인 서울 총선 출마 선언과 맞물려 봇물 터지듯 터진 여론 조사의 파고는 그를 벼랑 끝으로 밀어 넣고 있다. 경쟁자인 이낙연 민주당 소속의 국무총리와 대결 구도를 가상했을 경우 격차가 현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론의 흐름 속에서 홍준표 전 대표는 황 대표를 향해 연일 박격포를 쏘아대면서 비대위 구성을 요구하는 등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지난 6일에는 보수 핵심의 한 측인 유승민 의원이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했다.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정치계의 속설을 뒤엎는 사실상, 사건이었다.
↑↑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를 만나고 있다. 사진 = 자유한국당 켑처 |
이런데도 황 대표를 구조해 내려는 손길은 눈에 잡히지 않는다. 친박계의 응원에 힘입어 당선된 심재철 원내대표와 그와 동맹관계인 김재원 정책위의장과도 온랭보다는 한랭전선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정가의 귀뜀이다.
지금대로라면 인적 쇄신을 통한 공천 혁명 기대감도 물거품이 될 상황이다. 소위 조국 대전과 패스트랙 법안 등을 놓고 민주당과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전쟁이 벌어질 때마다 황 대표는 연약한 기반을 삭발과 단식 농성으로 다져왔다.
하지만 들이밀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전쟁에서 황 대표는 사실상 패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저지하겠다는 결사 항전의 공언이 결국 그를 고립무원의 상황으로 몰아갔다는 일부의 평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황 대표는 연일 험지인 서울 출마를 공언하면서 당 중진들이 자진해서 ‘자신을 따르라’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진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영(命)이 서지 않는 극한 상황 속에 황 대표가 홀로 서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국면에서 황대표가 꺼내 든 비장의 무기가 설 전 ‘통합추진위원회’의 출범이다. 핵심 대상은 새로운보수당이다. 유승민 의원의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칠 수밖에 없는 이유, 그 답안을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적었다.
“황교안, 유승민, 안철수, 조원진, 이언주, 이정현 등을 보스라고 할 만하다. 다들 신당을 만들었던지, 창당을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들이 하나로 뭉쳐도 어려울 판에 각자 도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럼 필패다. 통합의 키는 황교안이 쥐고 있다, 통합 한 뒤 유승민을 대표로 앞세우면 가장 성공할 확률이 높다. 황교안이 유승민과 대타협을 한다면 한 번 해볼 만 하다"
그러나 황 대표가 보수 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온 한국당 이외의 정파는 상응하는 지분을 요구할 것이고, 그들에게 지분을 할애할수록 공천 가시권으로부터 멀어지는 당내 소속 의원들, 특히 친박계의 반발은 최대의 복병이다.
정치적 기반이 허약한 특정 정파의 리더에겐 긍정적인 여론 추이가 원군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최근의 여론지표로 보아 황 대표는 최악의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모양새다. 그 때문에 그는 친박계의 반발에 개의치 않는 극단의 처방을 내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 지난 해 12월 12일 국회 본청 205실에서 변화와 혁신(가칭)이 신당명 ‘새로운보수당’ 선정했다. 사진 = 새로운보수당 켑처 |
◇보수 대통합, 가야 할 길은 구만리
보수 대통합을 하지 않고서는 총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거니와 자신의 당선조차도 불투명 상황에서 황 대표는 일부 정파의 반발에 굴하지 않고 설전 ‘통합추진위 발족’을 하고, 통합열차의 페달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노선을 외도하면 자신의 정치 인생 역시 끝날 수밖에 없다는 미래의 일을 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과 관련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더 이상 통합을 늦출 어떤 명분도 이유도 없다. 특정 정당, 특정 인물의 문제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라고 천명할 정도다. 그로선 ‘사즉생의 길’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가 구상하는 통합 대상은 기존의 자유민주 진영의 정당(우리공화당, 바른미래당 안철수계, 새로운 보수당), 이언주 의원, 이정현 의원 등이 추진하는 전진 4.0등 신당들, 국민통합연대와 소상공인 신당 등 모든 자유민주세력이다.
하지만 가는 길이 녹록치가 않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젖혀놓고서라도 통합의 핵심 상대인 새로운보수당과 통합 협상에 돌입하려면 유승민 의원이 제시하고 있는 ▲탄핵의 강 건너기 ▲개혁보수로 나가기 ▲새로운 집 짓기 등에 동의해야만 한다.
특히 ‘탄핵의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한국당 내 친박계와 우리공화당이 쥐고 있는 노(櫓)의 키를 내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크지가 않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무효를 기치로 내걸고 창당한 우리공화당은 스스로 존립 가치를 내던지는 것이고, 한국당 내 최대 계파인 친박계는 공천지분과 인적 혁신 과정에서 최대의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서 새로운보수당을 주축으로 하는 부분통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보수의 중심지 대구•경북 정치권은?
보수 대통합의 성사 여부는 대구•경북 정치권에 기반을 둔 한국당은 물론 우리공화당, 최근 창당한 새로운보수당과 복잡한 함수가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을 주축으로 한 부분적 보수통합의 성사될 경우에는 공천지분 배분 차원에서 상당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새로운보수당은 대구시당 창당에 이어 오는 19일에는 유능종 변호사가 추진하는 경북도당 창당대회가 구미에서 열린다. 대구 경북에서 일정 지분을 요구할 수 있는 사전 포석일 수도 있다.
이 경우 공천에서 탈락했거나 탄핵 옹호 세력과의 동거를 거부한 한국당 내 친박계가 부분적 통합 대오에서 이탈해 우리공화당과 합세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대구 경북의 일부 지역에서 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는 전망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황교안 대표의 관심이 ‘최선의 보수 대통합’은 무위에 그치더라도 차선의 부분적 보수 통합을 통해 민주당보다 상대적 열세지역인 최대의 표밭,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정가는 대구 경북에서 한두 마리의 집토끼를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수도권에서 민주당에 비해 뒤지지 않는 산토끼를 붙잡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생존은 물론 총선 승리를 넘어 정권 탈환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답안을 황대표가 미리 읽고 있다는 분석을 흘려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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