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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정치신문

기획/ 경북대 화학실험실 사고 > ‘전신화상 대학원생 자식..
기획·연재

기획/ 경북대 화학실험실 사고 > ‘전신화상 대학원생 자식’을 둔 부모, 얼마나 애간장이 타들고 있을까

김경홍 기자 입력 2020/10/30 20:42 수정 2020.10.30 20:42


2019년 화학실험실 사고, 대학원생 3명·대학생 1명 부상
대학원생 1명 전신화상 위급 상황
2020년 4월 경북대 피해 학생 치료비 중단 결정
정의당 청년위원회 ·민주당 대학생 위원회 반박 성명
민주당 전혜숙 의원·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 국정감사 문제 제기
대학 측 치료비 다시 지급 번복
구체적 계획 없자, 민주당 ·정의당 청년 조직 다시 나서 


↑↑ 경북대 실험실 사고 피해 학생들의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이하 대학생 위원회) 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부 및 대학원생 연구원의 근로자 지위 인정과 안전 보장에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사진 =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제공


[경북정치신문= 김경홍 기자] 해맑은 웃음을 남기며 학교로 간다던 자식은 밤이 늦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들은 귀가하지 않았고, 오히려 부모들은 굳게 닫힌 수술실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새벽을 맞아야 했다.

2019년 12월, 경북대 화학과 실험실에서 발생한 사고는 당시만 해도 큰 파문을 몰고 왔다. 폐 화학 물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폭발 사고로 대학원생 3명과 학부생 1명이 부상을 입은 것이다. 특히 이들 중 1명의 대학원생은 80%가 넘는 전신 화상을 입어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 1년의 세월을 피해 학생 부모들은 우리들의 세상이 아닌 악몽의 세계에서 순간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그 부모들은 마치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 / 앞으로도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 리 먼 길, 전라도 길 <한하운의 시, 전라도 길 중에서>처럼 타들어 가는 애간장을 그렇게 하루하루 잘라내며 무상한 세월을 간신히 버텨왔을 터였다. 하지만 이들을 더 울린 것은 학교 측의 처사였다. 지난 4월 경북대가 부상을 입은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지급해온 치료비를 예산 문제를 이유로 잠정 중단을 결정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청년들에게 부끄러운 기성세대의 자화상
경북대가 4월 학생들의 치료비 지원을 잠정 중단하자, 지난 5월 6일 정의당 청년본부 성명을 시작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악화한 여론은 사안을 국정감사장으로 끌어들였고, 결국 경북대 총장을 증인으로 국감장에 불러드렸다. 하지만 다시 지급하겠다는 말만 했을 뿐 들여다보면 구체적인 지원 계획은 없었다.

결국 경북대 실험실 사고 피해 학생들의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이하 대학생 위원회) 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부 및 대학원생 연구원의 근로자 지위 인정과 안전 보장에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박영훈 전국대학생 위원장은 특히“학교 안에서 학업과 연관된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치료비를 무한 책임지겠다고 한 경북대는 지난 4월 일방적으로 지급을 중단했다”라며, “가족과 국민, 시민사회의 강력한 비판과 국정감사에서 거센 질타를 받고서야 다시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구체적 지원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학교의 이해관계에 따라 학부 및 대학원생 연구원들의 ‘안전의 잣대’를 마음대로 좌우해선 안 된다”라며, “규정을 핑계로 미온적인 경북대의 대응을 보며 학부 및 대학원생 연구원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함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국회에 산업재해 보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상태이며, 통과된다면 대학 내 연구 활동에 종사하는 학부생 및 대학원생의 안전장치가 될 것이지만, 20대 국회에서 무산된 전례가 있어 통과를 확신하기 어렵다”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박 위원장은 또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학 내 연구 활동에 종사하는 수많은 학부생, 대학원생이 제대로 된 처우를 보장받지 못한 채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학부 및 대학원생 연구원의 근로자성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재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기를 강력히 호소드린다”라고 거듭 요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6일 정의당 청년본부는 성명을 통해 학교의 업무를 수행하는 도중 발생한 학생의 부상에 대해 학교는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는 예산과 제도의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러면서 예산 재편성과 학생의 치료비는 학교 책임의 문제라며, 경북대는 폭발사고 피해자들의 치료를 끝까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본부는 또 “대학 연구실 사고는 제도적 결함에 따른 인재(人災)이다. 전국 4천여 개의 연구기관 중 대학은 338개로 8%밖에 되지 않지만, 전체 사고의 80%가 대학에서 발생한다”라며 “ 2019년 과기부의 대학별 연구실 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대학 연구실 사고는 최근 4년 동안 1.6배가 증가했다. 경북대는 ‘연구실 안전법’ 준수 여부를 점검해 재발 방지 대책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근본적으로 연구실에서 노동하는 학생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라며 “연구실을 유지 관리하고 연구를 수행하는 모든 대학원생과 학생들의 기여는 노동인 만큼 이들이 제대로 된 근로계약을 맺고 4대 보험의 보호를 받았더라면 이번과 같은 치료비 문제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정부에 대해서도 대학원생의 노동자성 인정 약속을 즉각 이행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정감사장에서는 어떤 일이, 제대로 하긴 했나 

↑↑ 전혜숙 의원은 또 사고가 발생한 바로 옆 또 다른 경북대 실험실을 실례로 들면서 온갖 시료와 실험도구가 비좁게 엉켜 있고, 한 눈에 보기에도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실험시켰다면서 실험실 사고는 예고된 참사였다고 비판했다. 또 경북대는 이번 사고 피해자 치료비 지원을 무한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면서 대학 차원의 대책이 무엇이냐고 따졌다./사진 = 전혜숙 의원실 제공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지난 22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선 홍원화 경북대 총장에 대해 지난해 화학관 실험실 폭발사고와 관련해 대학 측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경북대는 학기 말에 사용한 약품들을 폐기하라는 학교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치료비 중단을 발표했고, 여론이 들끓자 지급 중단을 결정한 적이 없고, 보험한도 초과 우려에 따른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날 전 의원이 공개한 과기부의 자료에 따르면 경북대는 지난 5년간 총 24건의 연구실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사고가 발생한 전국 123개 대학 캠퍼스 중 3위이다. 2019년 연구실 안전 실태조사에서 경북대가 입력한 실태조사표를 보면 연구실안전법상 근로계약 없는 학생연구원의 안전 교육 이수율은 전국대학 평균이 85%이지만 경북대는 66%에 그쳤다. 또 연구실 안전유지관리비 집행률은 전체대학 평균이 99.1%이지만 경북대는 64.9%였다. 안전관리 예산을 쓰는데도 소극적이고 피해자 치료비 지원도 소극적이라는 게 전 의원의 지적이었다.

전 의원은 또 사고가 발생한 바로 옆 또 다른 경북대 실험실을 실례로 들면서 온갖 시료와 실험도구가 비좁게 엉켜 있고, 한눈에 보기에도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실험시켰다면서 실험실 사고는 예고된 참사였다고 비판했다. 또 경북대는 이번 사고 피해자 치료비 지원을 무한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면서 대학 차원의 대책이 무엇이냐고 따졌다.전 의원은 또 구상권 청구와 관련 연구실 안전보험을 제공하는 업체에서 학생 측 과실도 50% 있다며, 보상액의 반만 지급하겠다는데 대해 경북대는 선지급한 지원액에서 그만큼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결국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고 지적했다.전 의원은 이어 일반적인 보험은 보상액을 낮추려고 피보험자의 과실 여부를 따지기 마련이지만 산재는 과실 여부와 상관이 없다면서 피해자가 가입한 것은 연구실 안전보험이 아니라 산재보험이었다면 구상권 논란도 필요 없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따라서 대학 입장에서도 학생 연구원들이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면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실험실 사고는 예고된 참사인 만큼 사고 피해자 치료비 지원을 무한 책임져야 한다면서 대학 차원의 대책을 따졌다.

또 지난 9월 27일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부터 2020년 7월까지 대학, 연구기관, 기업부설 연구소의 실험실 안전사고 관련 자료에 따르면 3일 이상 치료가 필요한 생명 및 신체상의 손해를 입은 사고 수가 2017년 147건, 2018년 210건, 2019년 213건으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올해 들어서도 7월 현재 86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또 같은 기간 사고유형 별로는 기계/물리 (289건), 화학(162건), 작업관리(158건), 의학 생물(27건), 전기(14건), 방사선(6건) 순으로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해마다 치명적인 실험사고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전관리 전담인력과 예산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별 안전관리 전담인력은 비교적 상황이 나은 대학연구실의 경우 338개 기관 중 연구실 안전환경 전담인력이 297명으로 88% 수준이었고, 기업부설 연구소의 경우 3,561개 중 278명의 전담인력으로 7.8%(1명당 12.8개 전담), 연구기관의 경우 176개 중 18명으로 10.2%(1명당 9.8개 전담)에 불과해 사실상 전담인력에 의한 안전관리가 이뤄지기 힘든 실정이었다.상황이 이런데도 2017년∼2019년 각 연구기관별 안전관리 예산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 2017년 4,390억 원에서 2018년에는 3,4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910억 원, 2019년에는 2,9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548억 원으로 3년 동안 총 1,458억 원이 줄어드는 등 해마다 감소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허 의원은 “4차산업 혁명 시대의 지속가능한 기술발전을 위해서는 결과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연구시설과 인력의 안전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결과만 중시하고 과정에서의 안전 문제를 등한시하는 현재의 행태가 계속될 경우 대한민국은 절대 미래산업의 강국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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