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새보수당 신당 창당 준비위 구성 합의
2월 중순 통합 신당 출범이 목표
유승민 대표 ‘3가지 원칙 수용하면 함께 간다’ 제안
황교안 대표 전격 수용, 우리공화당 보다 새보수당에 무게
새보수당, 통합에 힘 실으려면 예비후보 등록해라
설 연휴 끝나면 경북, 대구 새보수당 예비후보 등록 이어질 듯
[경북정치신문 = 김경홍 기자] 정치는 생물(生物)이다. 이 특이한 생물체는 밤에 왕성한 활동을 한다. 그래서 역사는 밤에 이뤄진다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을 수 있다. 그 중심권에 보수 대통합 논의가 꿰차고 들었다.
21대 총선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민주당에 맞설 대항마인 통합신당이 태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지난 21일 2월 초까지 신당 창당 준비위 구성에 이어 중순에는 통합신당을 출범하기로 한 로드맵에 합의한 점에 주목한 일부 보수 야권에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간단치가 않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우리공화당까지를 아우르는 보수 대통합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유승민 새보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우리공화당을 포함하는 통합에는 응할 생각이 없다며, 배수진을 쳐놓고 있기 때문이다.
22일이나 23일 조찬회동을 하자는 황교안 대표의 제안에 대해 "양당 간 협의를 갓 시작하려는 시점인 만큼, 양당 간 협의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 필요한 때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힌 이유도 새보수당이 통합 조건으로 내민 3원칙, 이른바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제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확실히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통합논의가 보수진영 정당·단체가 참여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와 한국당과 새보수당을 주축으로 하는 양당 협의체 등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방식의 문제 역시 언제든지 파열음을 낼 개연성이 높다는 점에서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실례로 한국당과 별도의 양당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미래를 향한 전진 4.0'(전진당)의 이언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전진당은 한국당과 통합 논의를 해나가면서 시민사회단체와 연합체를 형성해 통합으로 갈 것"이라며, 새보수당에 대해 '복당하시는 분들'이라고 표현한 점 등은 잠복해 있는 파열음의 시그널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통합열차가 정상이 임박한 8부 능선을 넘어서더라도 신당 지도 체제나 공천 지분, 통합 대상 등 민감한 현안이 곳곳에 잠복해 있어 총선 본선으로 가는 길은 험로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 새로운보수당 지난 23일 서울역에서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새로운보수당 캡처 |
◇황교안과 유승민의 셈법
지난 14일 구미에서 열린 새보수당 경북도당 창당대회에서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은 4월 총선과 관련 “영남지역은 한국당으로, 호남지역은 민주당으로 가닥이 잡혔다”면서 “ 결국 총선의 승패는 충청과 서울, 경기, 인천 등 중원에서의 득표력에 달려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한나라당을 겨냥해 1-2%라는 박빙의 차로 승패가 갈리는 중원에서승리하려면 그 답을 새보수당과의 통합으로부터 찾아야 한다는 간접화법을 통한 무언의 압박이었다.
황교안 대표의 당내 입지가 넉넉지 않다는 이유도 유승민 의원을 돌격적으로 만드는 이유다.
당 대표에 당선되면서 정치권에 입성한 황 대표는 늘 리더십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가 않았다. 심지어 지난 연말부터는 황 대표 체제로 치루는 총선은 필패인 만큼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 혹은 지도부를 교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황 대표를 압박하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결국 이처럼 궁핍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황 대표는 보수는 물론 중도까지 아우르는 보수 대통합 즉 빅덴트라는 연합정치론을 들고 나섰다. 그러나 그가 구상하는 빅덴트가 성사될는지는 불투명하다.
우리공화당은 물론 당내 최대 계파인 친박계를 자극하는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등의 유승민의 3원칙을 전격 수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황 대표가 중원에서의 득표력 확장성이 우리공화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분석되는 새보수당과의 우선 통합에 무게감을 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의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긴박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 역시 통합이 결렬될 경우 자신은 물론 함께 새보수당을 창당한 8명의 현역 의원들의 생존마저 장담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 놓여 있다. 당의 존립은 물론 정치 인생까지도 내놓아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그가 한국당과의 통합논의 과정에서 배수진을 치면서도 강온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황교안 당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 23일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을 비롯한 9명의 4.15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에게 전달하는 임명장 수여식이 열렸다. 사진 = 자유한국당 캡처 |
◇ 통합신당 출범, 경북정치권에 최대 파장 예고
경북지역 11명의 자유한국당 의원들 대부분은 밀려오는 대변혁의 파고 앞에서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대놓고 현역 의원 50% 이상 물갈이를 공언한데다 통합신당이 출범할 경우 대구와 경북을 텃밭으로 하는 새보수당 역시 공천과정에서 일정 지분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북지역 현역 의원들은 공천이 임박해 올수록 십자포화 (十字砲火)에 시달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당 대 당 통합에 나선 새보수당 당직자들은 지난 22일 직능별 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드러내놓고 ‘총선 출마에 뜻이 있다면 통합 전에 예비후보로 등록해 당에 힘을 실어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주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과정에서 당에 힘을 실어야 공천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지 않느냐는 압박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1월 26일 현재 예비후보 등록자는 전국적으로 한국당이 421명인 반면 새보수당은 19명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새보수당은 특히 서울 5명, 부산 2명, 대구 2명, 인천 1명, 경남 3명 등 수도권과 영남지역에서 예비후보 등록자를 냈으나, 경북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중앙당 차원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주문하고 나서면서 설 연휴가 끝나는 28일 이후에는 경북지역에서 유능종 도당위원장을 비롯한 3~4명과 대구에서도 예비후보 등록자가 이어질 것으로 당 관계자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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