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정국 시의적절하게 활용 못 한 지도부
보수통합으로 가는 징검다리는 ‘혁신’
일부 친박계, 몇몇 중진의원 보수통합에 반기
잠룡, 중진의원 수도권 등 험지 출마론 고개
대구•경북. 대대적 인적 쇄신 (전략공천) 지역 급부상
연동형 비례제 처리 여부도 보수통합과 불가분의 관계
[경북정치신문=이관순 기자] 정치 집단이 융성(隆盛)하려면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의 법칙으로부터 지혜를 얻어야 한다.
흐름의 기본인 혁신을 거부하면 물은 고이게 되고 결국 썩기 마련이다. 결국 그 정치집단은 스스로 생명력을 상실하면서 자멸의 늪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법이다. 정치도 생물이기 때문이다.
내년 4월 15일 실시하는 총선 일정이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구태를 제거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자유한국당의 메스가 칼집 속에서 잠을 자고 있다. 혁신을 외쳐대지만, 오히려 친박계와 몇몇 중진 인사가 쌓아놓은 벽에 부딪혀 굉음만 낼 뿐이다.
‘조국 정국’ 파문에 따른 국민적 여론이 우호적으로 작용할 당시의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결국 우물쭈물하면서 안주하려는 세력과 앞서 나가려는 세력 사이에서 당 지도부가 센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보수통합으로 가는 징검다리인 대대적인 혁신의 여세를 몰아 중도보수 혹은 중도층으로까지 정치영토를 확장함으로써 ‘총선 및 대선 필승’의 답안을 내놓았어야 한다는 보수 민심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총선 정국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높은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강도 높은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황교안 당 대표 주재의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켑쳐 |
◇보수 통합 없이는 총선, 대선 필패
황교안 대표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심판하기 위해 범 자유민주 세력이 분열하지 말라는 국민의 열망에 부응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 가치를 받드는 모든 세력과 정치적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친박계가 쳐 놓은 철옹성에 갇혀 있다는 비판을 받아 온 그로선 대단한 결기다.
특히 이날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이루고,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강력한 정치 세력을 구축하기 위해 자유민주 세력의 대통합이 필요하다고 천명한 황대표는 보수통합의 방식으로 ‘대대적인 혁신’을 제시했다.
이어 하루 뒤인 7일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과 전화로 교감한 사실이 알려졌고, 특히 통합 논의 의제에서 탄핵 문제를 배제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를 본 것으로 확인되면서 보수통합과 관련한 여론의 흐름은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반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11일 홍준표 전 대표는 “‘황 대표가 추진하는 보수 통합 방식이 다 죽어가는 유승민만 살려줬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또 지난 8일 강원도를 지역구로 둔 4명의 한국당 의원과의 만찬 회동에서 김진태 의원이 황 대표에게 “유승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와 통합하면 당에 대혼란이 온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혁신을 통한 보수 대통합 방식에 대해 친박계 집단반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혁신을 통한 보수통합 방식 반발에 대한 답은 김무성 의원이 이미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황 대표에게 훈수한 내용을 이렇게 공개했다.
”총선 지면 대선은 물 건너가니까 의지가 있다고 보는데, 주저주저하는 거다. 내가 직접 그랬어. ‘당신이 친박에 신세 진 게 있냐, 비박에 원수진 게 있냐. 입당 후에 한 달 만에 당 대표, 대선 주자 1위가 됐으면 당신 뒤엔 국민이 있지 않냐. 지나간 건 모르겠고 오직 나라 구하기 위해 이 길(통합)을 간다고 선언하면 다 따라갈 텐데 왜 눈치를 보는가“
◇대구•경북 대대적 인적 쇄신 VS 험지 인물론 구도
보수 민심은 자유한국당의 총선 및 대선의 필승 카드가 혁신이라는데 무게를 싣고 있다. 총선 패배와 대통령 탄핵사태까지 야기한 20대 총선과 반대방식으로만 가면 총선과 대선으로 가는 길은 쾌청할 수 있다는 얘기들도 무게감 있게 흘러나온다. 그만큼 한국당의 혁신에 목 말라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당 지도부와 김무성 의원 등은 밥그릇 챙기기(공천 싸움)에 혈안이 된 계파주의를 과감하게 청산하는 혁신을 통해 보수통합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서둘러 놓아야 한다는 의지를 거듭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를 위해 홍준표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태호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무소속, 영입의 경우)를 비롯한 잠룡 및 중진의원들이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으로 무장해 수도권 등 험지로 출마케 하고, 온실 지역인 대구•경북(TK)을 최대의 전략 공천지역으로 정해 혁신의 이미지를 부각해야 한다는 세부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황교안 대표와 의기투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무성 의원은 드러내놓고 ‘잠룡의 험지’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게다가 박맹우 한국당 총선기획단장은 최근 “현역 교체 비율을 1/4까지로 정한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높은 폭으로 가야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겠느냐”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공천의 상징성을 살리기 위한 최대의 전략공천지역으로 대구경북(TK) 지역을 주목하고 있다는 항간의 설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또 당내에서는 경선으로 갈 경우 현역 의원들이 현역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현역을 제외한 지역발전 기여 인사, 청년이나 신인을 3-4배수로 압축해 국민경선으로 가는 방식과 지역 여론이 좋지 않은 지역의 경우 참신한 청년이나 신인에게 과감한 전략 공천제를 적용함으로써 혁신의 이미지를 부각시켜야 한다는 방식도 당내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공천방식이 힘을 얻으면서 대구경북(TK) 지역의 경우 총선 사상 최대 폭의 물갈이 공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보수통합 운명 가를 연동형 비례제
거대정당에 불리하고 소수정당에 유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핵심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은 12월 3일 본회의에 상정할 가능성이 높다. 통과될 경우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통과될 경우 황교안 대표가 추진하는 보수 대통합은 큰 걸림돌과 직면하게 될 공산이 크다. 유승민 의원은 보수통합에 가세하기보다는 각자도생의 길을 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의원 총사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지만, 국민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최대의 관건이다.
반면 부결될 경우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 계파와 우리 공화당의 존재가치가 희석되면서 보수 대통합의 급물살을 타게 되고, 이에 상응해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범진보 진영 역시 통합 물살에 휩싸이면서 정국은 민주당 대 한국당이라는 강 대 강 구도하에서 총선전국으로 진입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제를 핵심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의 처리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당은 대대적인 혁신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보수통합과 무관하게 어떤 경우에도 대대적인 혁신은 총선과 대선을 필승으로 이끄는 희든 카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여된 인적 쇄신 없이 밥그릇을 챙기는 계파간 공천싸움이 재현될 경우 총선은 물론 대선은 필패일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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