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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일당백으로 싸워도 힘겨울 판국에 ‘당나라 군대 닮아가는’ 미래통합당

김경홍 기자 입력 2020/04/24 16:06 수정 2020.04.24 16:06


김종인 전 위워장 비대위원장 수락 조건 ‘대선 때까지 전권 위임해야’
당내 분위기 ‘당의 존재마저 부인하는 것이냐’ 격분
김종인 ‘조건부 후퇴 않는다’ vs 재선 당선자들 ‘논의사항 아니다’ 일축
설무조사 방식으로 당 운영 방식 결정하려고 한
심재철 체제의 유아적 발상 ‘도마위’



[경북정치신문=김경홍 기자] 21대 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참패로 내홍을 겪고 있는 미래통합당이 환부를 도려내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데는 뜻을 같이하면서도 방법론에서는 자중지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의 존립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이유다.

최고위원회는 지난 22일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맡겨 위기를 수습해 나간다는 큰 틀의 합의를 보았다. 하지만 비대위원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종인 전 공동선대위원장이 수락 조건으로 ‘대선을 치룰 때까지 전권 일임’을 내세우면서 최고위원회의 결정에 고개를 흔드는 비토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대선 때까지 전권 일임’이라는 초강수 조건을 제시한 김 전 위원장의 이면에는 자신만의 전략 전술을 발휘해 2022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당시 전권을 위임받은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으로서 그해 4월 실시한 20대 총선을 승리로 이끈 화려한 이력을 추억하고 있는 그로선 ‘대선 때까지 전권 일임’은 후퇴할 수 없는 이른바 ‘마지노선 조건부’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2004년부터 2018년까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을 거쳐 미래통합당에 이르기까지 14년 동안 일곱 번에 걸쳐 구성된 비대위 중 성공한 사례가 2004년과 2011년 박근혜 비대위에 불과했다는 점도 김종인 전 위원장으로 하여금 ‘대선 때까지 전권 일임’이라는 조건을 제시하게 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 지난 17일 오전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의원들이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해단식에 참석했다. 사진 =미래통합당 캡처

◇김종인 조건부 내걸자, 자중지란 속으로

김 전 위원장이 ‘대선 때까지 무기한 전권 일임’을 비대위원장 수락 조건으로 내걸자, 상당수 의원들은 격하게 반발했다.

주호영 의원은 24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선자들이 새로 나온 상태에서 비대위가 장기적으로 가는 것은 사실상 당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권한과 시기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주 의원은 또 “대선 후보를 뽑을 때까지 비대위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당내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유승민 의원도 23일 MBC 백분토론에 출연해 “심 권한대행이 단답형으로 당 운영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우리 스스로 알아내야 우리끼리 합의가 가능하고, 유권자와 국민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할 것이라고 설명할 필요 있다”고 밝혔다. 외부 인사 수혈에 의한 비대위 체제보다 자강론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의미다.

조해진 당선자는 또 “비대위원장을 맡는 조건으로 무제한의 임기와 당헌·당규를 초월하는 전권을 요구하는 것은 비민주적이고 오만한 권위주의”라는 입장이며, 김성원 의원은 23일 재선 당선인들과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당선인 총회 없이 지도체계 개편과 관련한 최고위 결정에 대해 아쉽지만 (김종인 비대위) 결정을 존중한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면서도 “다만 전권을 달라, 기한을 묻지 말아라, 이런 것은 아니다. 무기한으로 한다, 전권을 달라 이것을 지금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제시한 조건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자신이 제시한 조건부를 놓고 밀고 당기기 식의 신경전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조기 전당대회 즉 8월 전당대회는 불가능하며 적어도 유력 대선주자를 배출할 때까지는 전권을 맡겠다는 선에서 후퇴할 경우 ‘식물 비대위원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 미래통합당이 거대 여당과 힘겨루기를 하려면 단일대오를 형성해 일당백의 각오로 맞서야 하는 것이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에게 주어진 최대의 과제다.
건재한 힘을 과시하려면 일차적으로 썩어 문드러지는 환부를 도려내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의 미래통합당은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입원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병원조차 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형국이다.

단답형 설문조사 방식으로 당 운영 방향을 결정하려고 한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 체제가 얼마나 허술한 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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