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이관순 기자] 권력의 논리가 정의가 되어선 안 된다.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은 ‘힘은 곧 정의’라는 부당한 권력의 횡포에 맞서 싸운 항거의 역사였다. 결국 목숨을 담보한 피와 눈물에 힘입어 척박한 황무지는 기름진 토양으로 뒤바뀌기 시작했고, 민주주의가 뿌리를 안착시키고 있다. ‘힘의 논리가 정의’임을 강요하던 반역의 역사는 이제 악몽의 과거지사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에는 생과 사의 철창을 넘나들며 독재와 맞섰던 소위 386 세대를 위시해 민중적 의식과 진보의 가치관을 지닌 많은 정치인이 포진해 있다. 그래서 민주당 정책의 이랑 속에는 ‘위보다 아래, 힘보다 진실’을 추구하는 싹들이 움트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민주당은 제21대 총선을 통해 180석이라는 거대 정당으로 태어났다. 대부분의 안건 처리가 과반에 의해 결정되는 국회법을 감안할 경우 민주당은 과반인 150석보다 30석이 많은 의석을 차지한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도 있다.
↑↑ 6월 8일 거대 정당으로 태어난 더불어민주당이 의원 총회를 하고 있다. 이들 의원 중에 42명은 다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 사진 = 더불어민주당 캡처 |
이 때문에 민주당을 사랑하는 많은 국민들은 더욱더 겸손해야 하고 매사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문을 해 왔다. 자칫 “힘의 논리는 곧 정의‘에 맞서온 전사들이 ’권력의 힘은 곧 정의‘라는 자기모순에 함몰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1가구 1주택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부동산을 재산증식의 대상으로 여겨온 잘못된 ‘돈 벌기 관행’ 을 바로잡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급등하는 아파트 가격 때문에 집 한 채 가져보지 못한 채 마치 피난살이를 하듯 전세와 월세를 전전하면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있는 자에게 아파트는 재산증식의 수단이 될는지 모르나, 없는 서민들에게 자신 명의의 아파트를 가져보는 것은 생의 긍극적 목적이기 때문이다.
경실련의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1인당 부동산 재산 평균은 9억 8천만 원이고,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등 여당 국회의원 180명 중 23%에 이르는 42명이 다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정부와 손발을 맞춰야 하는 여당 의원 싱당수가 경실련의 지적처럼 ‘투기 세력’인 셈이다. ‘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한들’ 과연 믿을 수 있겠느냐는 푸념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18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집을 재산증식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자들에게 ‘거주 목적 외 주택의 처분 서약’을 제안했다.
또, 2020년 1월 20일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내에 주택 2채 이상을 보유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공천을 받으려면 실제 거주하는 1채를 제외한 주택에 대해서는 ‘매각서약서’를 작성하도록 권고하고, 서약을 작성한 뒤 실제 총선에서 당선된 후보자가 전세 임대 기간 등을 고려해 2년 안에 실거주 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매각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함구하고 있다. 분통이 터질 일이다. 적어도 궁색한 해명이라도 해야 ‘사탕 발림식 총선’을 치뤘냐는 비판 여론에 고개라도 들 수는 있지 않겠나.
정책 추진에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여론을 원군으로 둘 수가 있다. 하지만 명분을 잃는 정책 추진은 민심의 저항만을 불러올 뿐이다. 명분을 축적하지 않는 정부와 여당의 1가구 1주택 정책 논리는 바로 ‘자신은 술을 마시고 운전하면서 음주운전을 하는 상대를 나무라는 격’에 다름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1가구 1주택 정책 추진을 하기에 앞서 내부를 들여다보는 점검 절차를 거쳤어야 옳았다. 또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는 아픔까지도 감수했어야 했다.
전체 의원 180명 중 다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42명 의원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점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와 발을 맞춰 1가구 1주택 정책 추진에 동참할 명분을 얻을 수 없다. 다가구 주택 소유자의 문제를 극복하지 않고 1가구 1주택 정책을 추진한다면 ‘권력의 힘은 곧 정의인가’라는 거센 국민적 저항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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