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자유한국당 전략에 끼인 정의당, 최대 피해자 될 수도 있어
4+1 협의체, 석패율제 도입 이견 합의안 도출 실패
자유한국당, 비례 한국당 창당 내세워 4+1 협의체 교란
민주당 일부 ‘우리도 비례민주당 만들어야’
바른미래당 당권파, 민주평화당, 대안 당 등 통합신당 창당할 경우
민주당 지지 세력, 비례 한국당 맞서 통합신당으로부터 대안 찾을 수도
[경북정치신문 = 김경홍 기자] 석패율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주도하다시피 해 온 정의당이 궁지에 몰렸다.
민주당은 정의당 등이 도출해 낸 합의안에 명시한 석패율제 도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등을 돌렸고, 한국당은 비례 한국당을 창당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최대의 수혜자로 주목받아 온 정의당을 압박하고 있다.
만일의 경우 정의당이 주도한 가운데 군소정당이 도출한 합의안에서 석패율제 도입을 백지화하더라도 한국당이 비장의 무기인 비례 한국당의 벽을 넘어설지도 의문이다. 특히 비례 한국당에 대응해 민주당지지 세력이 대안 신당과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당권파가 목표로 하는 통합신당에 힘을 싣게 된다는 가상을 전제할 경우 정의당의 입지는 좁혀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선거법 개정을 통한 최대의 수혜자인 정의당이 최대의 피혜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20일 지방의회 우수조례 수상자에 대한 시상식을 가졌다.사진 =민주당 캡처 |
◇민주당 vs 군소정당(정의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지난 18일 군소정당 지도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의석수 제한(캡)’을 내년 21대 총선에서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대신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합의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 정당과의 ‘4+1 협의체’를 주도해 온 더불어민주당 내 다수 의원이 합의안 발표 후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는 석패율제 도입 반대 결론을 내렸다. 대다수 의원이 중진 재선용이라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야 5당 간 ‘선거법 공조’가 와해 직전에 놓이게 됐다.
이러한 민주당의 결론에 대해 군소정당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비례대표 의석 일부에 연동률을 적용하는 '연동형 캡'과 근소한 표 차로 낙선한 후보 중 득표율이 높은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석패율제' 철회 카드를 꺼낸 민주당의 심중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비례대표 "원안인 지역 225석 대 비례 75석을 250대 50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25석 줄이는 데까지는 양해한다고 해도 이 중 비례 30석에 캡을 씌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경우 "연동률이 실제 30%대로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또 "석패율제도 6개 구역으로 나눠 구역마다 2석씩 하기로 했지만 정 안 되면 1석이라도 해야 한다"며 "여당에서 석패율제가 되면 선거구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니까 없애자고 하지만, 지역 구도를 완화하고자 하는 뜻을 훼손하는 것이기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민주당이 여전히 당 이익(석패율제 도입 반대)을 앞세운다면 국민은 민주당의 선거제와 검찰개혁 의지를 의심하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개혁 의지를 갖고 있다면 작은 이해관계를 넘어 개혁의 마지막을 마무리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동영 평화민주당 대표는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합의했을 때 석패율제 도입에 민주당이 찬성하지 않았느냐"며 "수도권의 몇몇 의원들이 반발한다고 해서 막판에 번복하는 것이 책임 있는 집권여당의 자세냐"고 일갈했다.
유성엽 대안 신당 창당준비 위원장은 또 "노무현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지역구도 정치의 해소를 위해서 간절하게 요구했던 것이 석패율제였는데, 이를 거부한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석패율제 도입 여부를 놓고 민주당과 군소정당들이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자유한국당이 비례한국당 창당이라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면서 4+1 협의체가 내우외환의 상황에 직면했다.
◇4+1 협의체 합의안 불발 VS 비례 한국당 창당 무기 꺼내든 자유한국당
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 신당)가 합의안 도출을 놓고 내홍을 겪는 사이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에 맞대응하기 위한 비례한국당 창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19일 심재철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 민주당과 좌파 연합세력 '심·정·손·박'(심상정·정동영·손학규·박지원)이 연동형 선거제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비례 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음을 미리 말씀드린다"고 선언한 이후 한국당 내부에서는 비례 한국당을 창당할 경우 현역 국회의원을 비례 한국당으로 출마하게 하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도 때도 없이 당지도의 방침에 비판을 가해 온 홍준표 전 대표 역시 비례 한국당과 관련 페이스북을 통해 “꼼수가 아닌 부당한 선거제도 개악에 대한 합법적 대처 방안이었다"고 평가할 만큼 비례 한국당 창당은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이처럼 자유한국당이 비장의 무기인 비례한국당 카드를 꺼내 들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공당이 탈법적이고 주권자의 뜻을 노골적으로 왜곡하겠다는 망언을 할 수가 있나"고 지적하면서도 당황하는 분위기는 역력하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앞날이 쾌청한 것만도 아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내용으로 하는 비례 한국당을 창당할 경우 한국당은 비례 대표 등록을 전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
4+1 협의체의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250석 대 비례대표 50석이며, 50석 중 30석에 한해서만 연동형을 적용하고, 나머지 20석은 병립형을 적용키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당이 원칙을 위배하고 동시에 우리 공화당과 새로운 보수당 등과 보수통합에 나서야 할 핵심 정당이 보수 분열에 나서고 있다는 거센 비판 여론도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자유한국당 비장의 무기 비례 한국당에 민주당은 어떤 대응?
자유한국당이 비장의 무기인 비례 한국당 창당을 시사하고 나서자, 민주당 내에서는 ‘우리도 비례 민주당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한국당이 위성 정당을 통해 의석을 대폭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맞서야 한다는 맞불 작전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부의 의견이 구체화할 경우 군소정당의 원내 진입의 길을 열어 소외된 각계각층의 의견을 의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선거법 개정안의 정신에 위배돼 여론의 역풍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이 비례 한국당을 창당할 경우 민주당지지 세력은 바른미래당 당권파, 민주평화당, 대안 신당 등이 목표로 하는 통합신당에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게 민주당 일각의 시각이다.
만일 이러한 상황이 현실이 되면 연동형 비례 대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개정 선거법을 통해 원내 진입을 목표로 해 온 정의당은 최대의 수혜자에서 최대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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