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구․광주․울산․창원 등 5개 상공회의소 회장 공동성명서 발표
리쇼어링 기업 수도권 유치 목적,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 반발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감감무소식
‘수도권 중심 성장, 우리 경제 선택지 되어선 안 돼’
[경북정치신문=김경홍 기자] 정부가 리쇼어링 기업 유치를 위해 수도권 공장 총량제를 완화하고, 지방에만 적용해 온 중소기업 특별지원 지역에 수도권을 포함하는 등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비수도권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2020년 5월 28일 자, 경북정치신문 기획 보도)
지난 6일 부산․대구․광주․울산․창원 등 5개 상공회의소 회장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 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방경제의 어려움을 뒤로하고 수도권 규제 완화를 선택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또 주력산업 부진과 인구 유출로 지방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국토의 11.8%에 불과한 좁은 면적에 인구의 절반 이상과 국가자원 대부분이 집중된 수도권의 사정이 비수도권보다 앞서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반문했다.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 해소를 위해 기대를 걸고 있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수도권 규제 완화는 제대로 된 공론화의 과정 없이 빗장이 풀리면서 지방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면서 이들 상공회의소는 코로나 19로 촉발된 현재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 균형발전의 큰 틀 안에서 무너진 지방경제를 먼저 회복시키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경제의 정상화를 위한 해법으로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통해 비수도권에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공급하고, 장기적으로는 유턴 기업들이 비수도권에 먼저 정착할 수 있도록 세금 및 금융비용 감면, 연구개발 투자비 지원 확대 등의 강력한 유인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울산상의 전영도 회장은 “코로나 19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 변화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국가자원의 비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수도권 중심의 성장은 더 이상 우리 경제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며 “정부가 국가 경제의 미래를 위해 선 지방발전-후 수도권규제완화의 정책 기조를 굳건히 확립하고, 지역별 특색에 맞는 발전을 이뤄나갈 수 있는 성장 지원정책을 실천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 코로나 19로 침체한 경제 위기 극복과 지역경제 재도약을 위해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대구상공회의소(회장 이재하)와 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회장 조정문)가 주관한 “다시 뛰자! 대구·경북!” 행사가 지난 6일 엑스코에서 열렸다./ 사진 = 경북도 제공 |
◇수도권 규제 완화는 예견됐던 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투명한 생산기지가 됐다”며 “세계는 이제 값싼 인건비보다 혁신 역량과 안심 투자처를 선호하기 시작했고, 우리에겐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하면서, 리쇼어링 정책을 강력하게 드라이브 할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감한 전략이란 무엇일까.
사실상, 유턴 지원법으로 불리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은 수도권 이외 즉 비수도권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했을 때만 적용된다. 이처럼 대통령이 리쇼어링 정책 추진을 강조한 이상 관련 부처는 올 안에 실효성 있는 기업 유턴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부처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수도권 규제 완화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규제의 핵심인 공장 총량제를 손질하겠다는 의미다.
지자체가 기존의 국내 기업 및 해외 이전 기업의 유턴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즉 입지 지원, 세제 등 지역별(비수도권 중심) 지원 정책에 힘입어 혜택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기업은 물론 지자체도 고용 창출 등 기대했던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관련 경제부처 조율 회의에서는 기재부는 리쇼어링 추진 방안의 일환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을 포함하는 안을 검토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러한 기조를 유지한 가운데 구체적인 방안이 담긴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 대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리쇼어링의 강력한 추진을 위해 실효성이 없는 지역별 인센티브제보다는 수도권 규제의 핵심인 ‘공장총량제’가 포함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도 불사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공장 총량제는 인구 집중을 유발하는 시설이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도권의 공장의 신·증설 허용 총량을 규제하는 제도이다. 국토해양부가 3년 단위로 공장 건축 허용 면적을 총량으로 지정하면, 이를 각 시ㆍ군이 기업에 배정하는 방식이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소재하는 공장으로 건축물의 연면적이 500㎡ 이상인 경우 공장의 신축ㆍ증축 또는 용도 변경에 대해 적용받는다. 이 제도는 공장 증설로 인한 인구 집중을 억제하고 국토의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한 목적으로 1994년부터 시작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근거해 수도권에서만 적용되는 특별 규제다.
그러나 정부는 비수도권의 강력한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수도권 규제 완화를 기조로 리쇼어링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장애물 제거’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대했던 2차 공공기관 이전 감감무소식
공동성명서에서 비수도권 5개 지역 상의회장들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이를 통한 비수도권에 양질의 청년 일자리 공급을 강조했다. 하지만 비수도권 지역이 기대를 모았던 2차 공공기관 이전은 감감무소식이다.
22개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여부가 결정되는 ‘혁신도시 성과 평가 및 정책지원 용역’발표 시기는 당초 5월 28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용역 수행기관인 국토연구원은 2, 3주 후 발표할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7월 중순 현재까지도 용역발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초 지난해 말 용역 결과를 발표키로 한 국토부가 한 차례 연기한 데 이어 5월 28일에는 또 시기를 연기한 것이다. 특히 용역 결과에 추가 이전 계획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18년 9월 국회 연설에서 공론화한 공공기관 추가 이전 계획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가 인센티브제에 의한 비수도권 지역의 리쇼어링 정책 기조를 바꾸고 대신 수도권 규제 완화를 담보로 한 리쇼어링 정책 추진 방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위한 용역 발표 시기가 잇따라 연기되면서 비수도권 민심은 냉랭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비수도권 지역은 “국가 균형 발전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인 만큼은 공공기관 추가 이전과 수도권 규제는 지켜져야 한다”며 “비수도권이 자생력을 갖춘 연후 수도권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것이 국가 균형발전의 근본취지가 아니냐”고 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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