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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정치신문

탈북민 태영호의 국회의원 출마와 대한민국 헌법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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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태영호의 국회의원 출마와 대한민국 헌법 정신

이관순 기자 입력 2020/03/04 11:49 수정 2021.03.05 11:49

↑↑ 지경진 소장. 사진 =한국U&L연구소 제공


[칼럼= 이관순 지경진 한국U&L연구소] 2016년 영국 주재 전 북한 외교관 태영호 씨는 20대 두 아들의 장래 진로에 희망을 찾아 주기 위해 자유 대한민국 사회로 귀순하였다. 귀순 후 그는 남한 사회에서도 북한의 지식 엘리트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북한 정권의 실상을 잘 알고 있으므로 한 때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남북통일 정책 수립을 위한 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북한 비핵화 관련 북미 회담 과정에서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그의 일관된 예측은 거의 적중하였다. 그러나 그의 진솔한 의견은 현 정부의 친북정책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며 배척되고 결국 그 국정원 자문 위원직을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저서를 통하여 북한 사회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한국 사회에 알린 바 있으며, 최근 대한민국 수도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로 정통 보수당에서 전략 공천되었고, 북한 이탈 한국인으로서 첫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게 되었다.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자로 서울 시민들의 선택을 받는다면 한국 현대 정치사에 새로운 기록을 수립하며 북한의 독재 정권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이러한 탈북민들의 정치 세력화 현상과 태영호의 총선 출마는 3만 5천 명에 달하는 북한 이탈 주민들의 통일에 관한 의견을 국가 정책에 대변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므로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여 진다. 이에 대하여 북한의 선전 매체는 늘 그랬던 것처럼 ‘인간이기를 그만둔 추물들’, ‘돈버러지들’, ‘범죄자들’, ‘인간쓰레기들’ 운운,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남한의 일부 여당에서도 이와 유사한 발언을 서슴지 않다는 사실이다.

‘태영호는 총선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 ‘남북 관계의 파국을 몰고 올 수 있다.’ ‘국가 안보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 ‘북한에 대한 전면전의 선포다.’는 등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대북 문제와 통일에 관한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매우 이상한 표현이다. 통일에 관한 헌법 정신을 살피고 그 정책의 방향에 대한 전면적 재점검이 필요하다.

첫째,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에 평화적 통일은 대한민국 국민의 사명이며, 정의, 인도, 동포애로서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정의, 인도, 동포애라는 가치는 북한의 권력자가 아니라 피지배층인 일반 주민에 대하여 한국인들이 가져야 할 정신이다. 언어와 문화와 역사를 함께 하던 민족공동체가 정치체제 때문에 갈라졌고, 그 어느 한쪽은 거대한 정치범 수용소와 같은 현대판 노예생활을 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 이를 방치하고 하는 것은 정의, 인도, 동포애를 버리는 짓이다. 남북통일은 북한 동포를 노예 생활로부터 해방시키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둘째, 헌법 제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북한 사회를 떠나 남한 사회로 귀순하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을 국민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또한 귀순 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이상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와 참정권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북한으로 돌아가라’ 막말하는 것은 헌법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셋째,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그러므로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하지 않고 있는 3대 세습의 절대 왕권, 공산당 일당 독재, 전근대적 폐쇄 사회를 인정하는 통일 정책 추진은 헌법 정신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태다. 북한에서 온 사람이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남한 정부 사람들이 ‘북한 사회주의를 인정하는 통일’을 외치고 있으니, 참으로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넷째, 통일 문제는 국가적 과제이며 민족의 간절한 소원이라 말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남과 북이 같다. 다만, 그 통일 염원의 절실함과 방향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 가운데 북한 주민들의 통일 염원이 가장 절실하고 바른 방향의 가치다.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노력을 방치하는 것은 반인륜적 태도이며, 역사적 범죄다. 자유와 인권은 북한 지배 권력층이 싫어하더라도 당연히 추진해야 할 가치이며, 이를 포기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양심을 져버린 짓이다.

끝으로, 만일 탈북민 태영호 씨가 주민의 선택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그 자체로 재외 북한 외교관들과 북한의 지식 엘리트들에게 자유를 넘어 그 이상의 위대한 희망이 될 것이며, 결국 대한민국의 헌법의 가치에 부합하는 통일로 나가는 일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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